역도산 – 실존 인물의 영화화는 힘들다

역도산 – 실존 인물의 영화화는 힘들다


역도산이란 인물이 국내에서도 대중적으로 알려지게 된 것이 1980년대 방학기씨의 스포츠신문 연재였다. 공교롭게도 2004년은 방학기씨가 그려낸 일본에서 치열한 삶을 살았던 2명의 인물이 영화화된 시기였다. 바람의 파이터”의 최영의와 “피와 꽃”의 역도산이었다.



그 중 누가 더 치열하고 위대한 삶을 살았다고 평가를 내릴 수는 없겠지만 쇼 비즈니스로서는 역도산이 나은 듯 싶다. 파란만장한 삶에서도 그의 인생은 하나의 드라마였으니 그것을 영화화하는 데에는 부담이 많이 되었을 것이다.


조선의 국적을 버리고 일본인으로 귀화한 자신의 출생에 대한 콤플렉스가 강한 한 인물을 그려내야 하고 그것을 한국과 일본 양국가의 관객들에게 만족시켜야 하는 문제가 가장 컸을 것이다.

한 개인의 인물에 대한 이야기로는 성공을 위해 치열하게 노력했고 영화속의 대사처럼 크게 웃고 살고 싶었던 한 인물의 일대기를 잔잔하게 그려내어야 했다. 하지만 그는 한 개인이 아니었다.


그래서 영화는 민족적 감성을 건드리는 아슬아슬한 경계선을 넘나들며 진행하게 될 수 밖에 없었다. 너무 민족적으로 그리게 되면 국수주의적 영화로 빠지게 되고 언급을 하지 않게 되면 드라마가 되지 않는 단순 액션영화로 전락하게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국영화이면서도 영화의 90%이상이 일본어로 진행되는 특이한 한국 영화이기에 민족적인 부분을 전혀 건드릴 수도 없었다. 그렇기에 영화는 그의 출생신분과 성공에 대한 집착, 나락으로 빠지는 그의 인생을 시간순으로 보여주면서 콤플렉스로 가장하여 그의 민족적 정체성을 그려내고자 하였다.

“바람의 파이터”에서 억지적인 부분으로 언급했던 민족적 정체성과는 다른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최영의씨는 무도가로써 민조적 정체성에 중점을 두지 않았지만 역도산을 언급한 이 영화에서는 일본인들 중 절반 이상이 그를 일본인으로 알고 있는 상황과 북조선 출신이라는 이유로 한국에서도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라는 것 때문에 민족적 정체성을 국수주의에 빠지지 않는 한도내에서 상당 부분 심각하게 다루었다.


그렇다고 액션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레스링 영웅의 일대기를 그려내는 데 그의 활약을 언급하지 않는다면 어불성설이 된다. 따라서 영화는 설경구의 불린 몸을 통해 그의 활약을 그려내었다.

“반칙왕”에서 송강호를 통해 이미 레스링 영화가 제작된 바 있지만 설경구의 역도산을 연기한 레스링 장면은 실제 경기를 보는 듯한 긴장감을 주었다. 카메라가 배우를 클로즈업해서 보여주는 것이 아닌 실황 중계를 하는 듯한 경기장 화면으로 보여주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장면을 위해 몸을 사리지 않은 설경구의 노력에 찬사를 보낸다.


하지만 전체적인 내용 구성에서 아쉬운 것을 말한다면 내용의 산만함에 있다. 역도산에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고 했기에 이야기가 산만하였다. 그의 사랑, 성공, 레스링, 민족적 정체성, 민족 차별 등 많은 부분을 문어발식으로 다루려고 하다보니 이야기가 산만하여 영화에서 감동을 제대로 느낄 수가 없었다.

다시 말하면 실존 인물이었기에 오히려 실망을 더욱 느끼게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할 말은 많은 인물인데 영화는 허구적 이야기이고 관객들이 인물에게 요구하는 바는 각양각색이니 모든 것을 충족시켜 줄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하니 너무 많은 이야기를 말하고자 한 모양이다. 그래서 충족하지 못한 느낌은 감동으로 이끌어주지 못했다.

이러한 것은 일본 개봉에서도 그들한테도 마찬가지로 느끼게 하지 않을까 싶다. 국내 보다는 훨씬 영웅으로 대접받는 한 인물의 이야기를 비록 아슬아슬하게 민족적 정체성을 다루었지만 과연 감동을 줄 수 있도록 할 지는 의문이다.

DVD의 화질은 약간 아쉬움을 준다. 감독이 원하였던 것이 역도산의 인생의 굴곡에 맞쳐 영상의 색조에 변화를 주었다고 하였다. 이 작업은 디지털 보정을 통해 이루어졌는 데 바로 이러한 것 때문인지는 알 수 없으나 배경 사물 표현에 선명하지 못하고 의도적인 균일해보이는 색조톤은 아쉬웠다.

사운드에서도 아쉬움이 있는 것이 너무 조용하다는 것이다. 세부 음향의 디테일은 신경을 썼을 지 모르나 화면에서 보이는 경기장의 실제감을 표현하는 데 채널 분리를 통한 서라운드 음향이 약했고 환호성등의 웅장감 같은 것도 적었다.

■ 서플의 구성


DISK 1
– 송해성감독, 설경구, 김성아PD, 이재진 음악감독의 음성해설

DISK1에는 감독, 배우, 스탭이 같이한 음성해설이 있다. 감독의 이 영화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는 대목들이 많은 음성해설이다. 스탭들 또한 그들이 이 영화를 찍는 동안 겪었던 고생을 통해 영화에 애정을 가지고 있었음을 알게 해준다. 하지만 너무 자랑 일색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DISK 2
– 역도산 제작 다큐멘터리
– 시각효과 (C.G & D.I)
– 일본 로케이션과 프로덕션 디자인
– 역도산 제작후기
– 삭제장면 모음(감독의 음성해설 on/off)
– PR자료모음
– 촬영장 스케치 : Behind the Scenes
– 티져예고편/본예고편

제작과정의 다큐멘터리는 촬영과정의 노고를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부분이며 배우들의 인터뷰가 재미있는 부분이다. 시각효과에서 한국영화의 발전된 모습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세부 디테일을 위한 노력을 알게 해준다.

하지만 가장 재미있는 서플은 아마도 감독의 음성해설로 보는 삭제 장면 모음이 아닌가 싶다. 하나 하나 아쉬움을 이야기하는 감독의 설명을 보다보면 저 장면들도 그냥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이 DVD가 감독판임에도 삭제되어 있다는 것이 아이러니할 정도로 몇몇 장면은 괜찮은 것을 보여준다.

영화의 완성도에서는 파란만장한 한 인물의 다양한 모습으로 인해 집중되지 못한 산만한 구성으로 아쉬움을 주었고 화질과 사운드에서 충족치 못한 서비스를 하였으나 제작과정의 노력을 담은 서플은 이 영화를 다시 느끼게 해주는 여지를 만들어 주어 약간이나마 아쉬움을 달래주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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