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시로우 마사무네의 첫 장편 시리즈 코믹인 “애플시드”를 원작으로 제작된 극장용 애니메이션이다. 1988년 극장판이라기 보다는 OVA 성격으로 3개의 에피소드가 있는 애니메이션이 제작된 이후 원작 발표 20년만에 개봉한 작품이다.
원작이 1989년 4편이 발간된 이후 제작이 더 이상 발표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전체적인 이야기의 결말이 없는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즉, 이 극장판의 경우 OVA 성격의 1988년작과는 달리 결말을 보여주기 위해 원작에 없는 설정이 많이 들어갔다는 것이다.
극단적인 것이 원작이 매니아에게 인기가 있었던 시기에도 왜 애플시드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 수 없었는 데 이 작품에서는 그것을 보여준다. 작가가 만들지 않은 4편 이후의 이야기 일 수도 있고 아니면 감독의 월권행위일 수도 있다. 즉, 기존 원작에 없는 내용과 설정이 추가되었다는 점과 바뀐 설정도 이 극장판에 다분이 있다는 것이다.
극장판에서의 이러한 변경된 내용은 크게 탓하고 싶지 않지만 이야기의 설정이 아동 만화같이 단순해 진 것은 너무도 아쉽다고 생각된다.
시로우 마사무네의 다른 작품인 “공각기동대”의 경우 “오시이 마모루”가 원작에 담겨 있는 로봇과 인간, 네트워크화 된 디스토피아적 미래 사회에 대해 하나의 화두를 던져 원작의 재미를 높인 것과 비교해 보면 단순히 인간과 바이오로이드의 대결로만 그려진 것은 너무도 원작의 재미를 살리지 못한 것은 아닌가 싶다.
내가 느낀 원작의 재미는 바이오로이드와 인간과의 대결에서는 인간 자체의 정체성도 있고 그들의 헤게모니 장악이라는 구성도 있지만 그 속에서 인간의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하는 문제도 있었다.
“매트릭스” 1편에 보면 스미스 요원이 모피어스를 고문할 때 매트릭스 사회를 질병없고 고통없는 천국으로 만들었더니 寬5湧?자살하거나 견디지를 못했다는 대사를 하는 부분이 있다. 이것과 동일한 구조가 마사무네의 원작에 나온다.
바이오로이드는 인간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유전자 조작 인간으로 그들은 인간이 편하게 살 수 있도록 사회를 통제를 하나 세계 핵 전쟁 이후 파라다이스 도시에 들어온 인간들은 오히려 견디지 못하고 자살하고 바이오로이드를 증오하고 대결하는 부분이 원작에는 언급되어 있다.
원작에서는 인간이 바이오로이드를 증오하는 부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왜 자살하고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지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데 극장판에서는 그 재미를 살리지 못했다는 것이 아쉽다.
물론 원작에서는 그것보다 더 많은 소재를 다루고 있고 3편 이후부터는 액션쪽에 무게가 실려 초반의 사이버펑키적인 깊은 맛이 안나지만 바이오로이드뿐만 아닌 인간과 인간, 국가와 국가의 전쟁에 대해서도 다양한 소재를 삼고 있다. 원작이 하도 오래전에 나온 작품이라 아직 원작을 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원작 만화를 한번 보기를 권하고 싶다.
극장판의 최대 볼거리는 역시 화면에 있다. 최근 개봉했던 “공각기동대 이노센스”의 경우 인물들은 수작업으로 셀애니메이션으로 그리고 배경을 3D로 처리한 바 있는 데 애플시드는 인물들마저 3D로 처리하였다.
그러나 파이널 판타지 극장판의 실패를 다시 겪지 않으려고 했던 것인 지 아니면 원작이 코믹북이라는 것을 염두에 둔 것인 지 캐릭터들은 3D이지만 툰 쉐이딩 (Toon Shading)이라는 카툰 렌더링 기법으로 표현하였다. 그래서 실사와 같이 세밀하게 렌더링 된 배경위에 손으로 그린 듯한 캐릭터들이 다양한 각도에서도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멋있는 장면을 연출한다. 그래픽에서는 “이노센스”와 버금가거나 능가하다고 말할 수 있다.
아라마키 감독은 공각기동대에 대해 오시이 마모루만의 작품이라는 표현을 했다고 한다. 즉, 같은 마사무네 작가의 작품으로 제작을 했지만 자신 역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세계관으로 제작했다는 것이다. 엔터테인먼트를 지향하는 것이 자신의 주장이라고 하는 것으로 보아서는 이후 제작된 애플시드 속편은 액션이 많이 가미된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예고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