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독 : 장예모
– 출연 : 이연걸, 장만옥, 양조위, 견자단, 장지이
– 제작 : 중국, 2002
– 장르 : 액션,드라마,전쟁,판타지
장예모 감독의 2002년작 영웅이다. 영웅이란 제목의 영화가 많다보니 구별을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미 알고 있는 데로 이 영화는 기존의 홍콩식 무협스타일이 아닌 서양인들의 눈에 맞춘 “와호장룡”식의 영화이다.
90년대 중반까지의 홍콩영화 전성기의 무협영화들이 추구했던 바는 스피드와 사실성이었다. “신용문객잔”에서 극대화된 이러한 액션이 홍콩영화 전반적인 침체로 인해 자취를 감추다 이안 감독에 의해 다시 살아났으나 예전의 무협액션이 아니었다.
스피드있는 무술이 아닌 체조를 하는 듯한 곡예로 나왔으며 이것이 동양의 신비주의와 맞물려 서구인들에게 예술로 보이게 되었다. 그 이후 재등장한 무협영화가 바로 이 영화 “영웅”으로 역시 “와호장룡”의 무술형식을 빌어왔다. 그런데 이 이후 무협영화가 새로 등장하지 않는 것으로 볼 때 역시 체조무술로는 무협영화의 부흥을 일으킬 수 없는 모양이다.
이 영화는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있는 데 먼저 나쁜 점은 영화의 재미이다. 영화가 지극히 중국 역사물이고 주제를 제목에서 말하는 영웅이란 존재의 의미해석에 두어 무겁다. 천하대의라는 주제로 인해 장만옥과 양조위의 사랑이라는 요소가 죽어버렸다.
좋은 점은 화면이다. 장예모 감독이 초심으로 돌아간 듯 붉은 수수밭과 국두에서 보여주었던 색채감을 더욱 다채롭게 보여준다. 의상과 풍경의 색을 분홍색, 파란색, 녹색, 하얀색으로 진행시켜 분홍색에서는 열정을, 파란색에서는 냉정과 희생을, 녹색에서는 혼돈과 회상을, 하얀색에서는 순결한 결말을 표현했다.
한가지 특이했던 점은 이 영화의 흐름 구성이 마치 구로자와 아키라의 “라쇼몽”을 연상시키는 데 하나의 사건을 한 공간내에서 문답형식으로 말하면서 각각 다른 사실을 보여 주는 것이 “라쇼몽”에서 관청에서 산적, 사무라이 부인, 무당에 빙의된 사무라이가 각각 다른 사실을 말하는 포맷이 떠올랐다.
아름다운 장면도 많고 음악도 좋았고 수많은 엑스트라를 동원한 군중신또한 멋있지만 영화의 주제속에서 재미가 묻혀버린 아쉬운 영화였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더 이상은 체조같은 무술은 보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