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 미 썸딩” 이후 제대로 된 범죄 스릴러 영화가 없던 한국 영화에 걸작이 나왔다. 최근 헐리우드마저도 범죄 스릴러 영화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관객에게 오랜만에 재미를 준 영화가 아닌가 싶다.
최근의 헐리우드 작품 중 “블랙 아웃”, “서스펙트 제로”와 같이 거품빠진 맥주마냥 밋밋한 스릴러영화를 보다가 모처럼 긴장감 있으면서 추리하는 묘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을 보게 되었다.
서스펙트를 즐기게 해주는 방법은 약간의 스릴러 영화에서 정통적인 방법을 사용하였다. 밀폐된 공간의 설정으로는 고립된 섬이라는 무대를 마련하였고 군관(형사)이라는 신분으로 범죄를 추적하고 범죄는 엽기적 연쇄살인이다.
연쇄살인 부분에서 도입한 재미있는 설정은 “세븐”에서 각광을 받은 바 있는 관객에게 앞으로 몇명이 죽을 건지, 어떠한 방법으로 죽일 건지를 미리 알려주는 방식을 사용한 것이다. 따라서 관객은 영화 초반에 앞으로 몇명이 어떠한 방식으로 죽을 것인지를 미리 알게되고 그 죽는 방식을 확인하게 되면서 영화에 몰입할 수 있게 해주었다.
또한 한국의 무속적 이야기와 현대적으로까지 보이는 이성적인 추리가 조화를 이루어 무속신앙을 단순히 미신이라는 구태연한 표현을 하지 않고 극의 흐름에 긴장감과 이완감을 주는 요소로 배치하여 극의 재미에 양념 역할을 하였다.
이제는 영화의 흥행을 짊어지는 단독 주연에 부족함이 없는 차승원의 연기가 한층 더 돋보였다. “선생 김봉두”에서 아슬아슬하게 단독 주연에 성공하였고 “귀신이 산다”에서 인정을 받은 것에 만족하지 않고 코메디를 벗어던지고 이지적인 군관 이원규의 역을 잘 그려내었다.
그리고 돋보인 연기자로는 김인권 역을 한 박용우가 있다. “쉬리”에서 낙하산으로 인식된 이후 그다지 돋보이지 않은 배우였는 데 이 영화에서 낮지만 가볍지 않은 억양으로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로 이원규와 마찰을 벌여 극의 긴장감을 높였다. 또 다른 느낌은 도포자락과 상투가 잘 어울리는 배우였다.
하지만 지성의 연기는 아쉬움이 있다. 극의 중요한 키포인트가 되는 인물이지만 초반과 중반에 너무 숨어져 있어서 그 존재감을 제대로 느낄 수 없었다. 브라운관에서의 자신의 인지도를 기반으로 영화계의 메인으로 진출하기 보다는 조연으로 시작한 것에는 칭찬할 수 있지만 극의 흐름을 조율해야 하는 역할에는 조금 아쉬운 연기였다. 다음에는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 싶다.
“번지 점프를 하다”의 김대승 감독의 2번째 영화인 이 작품은 그가 판타지와 멜로에서 전혀 새로운 장르로 하였음에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는 것은 그가 5년동안 많은 준비를 해왔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극 후반의 튀는 설정이 조금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인 의도는 짐작할 수 있기에 재미있는 스릴러 영화를 만들었다.
PS1 : 극의 긴장감을 살린 음악도 빼놓을 수 없다.
PS2 : 소년탐정 김전일과 비교하는 글들을 읽어보았다. 일견 공감되는 부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