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 곽원갑 (藿元甲: Fearless) – 이연걸은 있어도 우인태는 없었다

무인 곽원갑 (藿元甲: Fearless) – 이연걸은 있어도 우인태는 없었다


이연걸이 곽원갑에 대한 영화를 찍는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기대를 가졌다. 이미 이소룡의 정무문을 1994년에 리메이크하여 곽원갑과 인연을 맺은 바 있던 그였기에 곽원갑에 대한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황비홍에 이은 그만의 새로운 도전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첫 예고편을 보았을 때 기대를 져버리지나 않을까하는 우려심이 생겼다. 하나는 나이가 들어 전성기때의 액션을 보여줄 수 있을까하는 것과 또 다른 하나는 과연 곽원갑이란 인물을 잘 표현해낼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이것에서 첫번째 우려였던 액션은 말끔히 씻어 주었다. 비록 그가 팔팔했던 소림사 시리즈나 황비홍 시리즈만큼의 생생한 액션은 아니지만 근래 보기드문 박진감 넘치는 액션을 보여주었다. 영화의 3분의2 이상이 액션으로 도배되었다고 생각할 정도로 화려하고 박진감있는 액션의 연속이었다. 물론 카메라와 와이어의 효과도 무시하지는 못하겠지만.

하지만 두번째 우려였던 인물의 표현은 실망을 주었다. 정무문의 진진이란 인물은 원래 허구의 인물이니 어떻게든 각색해도 상관없지만 실존 인물인 곽원갑은 그 고증자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진진보다 더 허구적인 인물로 만들었다.

마치 영화 방세옥을 보는 듯하였다. 청년기의 방종한 모습은 방세옥의 어린 모습이었고, 가족의 죽음으로 인생을 깨닫고 의(義)를 행하는 것은 철없던 아들이 아버지의 죽음의 위기를 통해 천지회의 일원이 되어 의(義)를 행하는 것과 비슷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너무 감상적으로 만들려고 자연에 동화되는 인간의 모습을 그려낸다거나 적수와도 차를 한잔 나누는 모습 등 인간적이기 보다는 너무 철들어서 도인(道人)으로 표현해버렸다. 너무 중국인들의 영웅으로 만들려고 했는 지 도가 지나쳤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신격화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로.

그래도 액션의 재미에서는 이연걸은 그가 마지막 무협영화라고 했다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전성기의 모습을 떠올릴 정도로 멋있게 그려내었다.

그렇다면 이 영화의 감독인 우인태는 어떻게 평가를 내려야 할까? 우 감독은 실상 성공한 영화보다는 실패한 졸작을 많이 만든 감독이다. 일례로 헐리우드에 가서는 “Freddy Vs. Jason”같은 작품도 만들었다. 하지만 우 감독의 “백발 마녀전”과 “야반가성”을 본다면 그가 얼마나 멜로 드라마를 감동있게 그려낼 수 있는 지 놀라움을 갖게 한다.

그 놀라움을 이 영화에서 느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 영화에서 그의 이런 뛰어난 감성의 드라마는 없었고 오직 어설프고 인위적인 오버된 연출만 있을 뿐이었다. 그의 진정한 감동적인 드라마 연출은 이 영화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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