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결 마술사 해군 마술병으로 입대 예정

이은결 마술사 해군 마술병으로 입대 예정

‘번개머리’ 마술사 이은결(26)이 오는 6월 머리에서 번개를 잘라낸다. 해군 홍보단의 마술병(兵)으로 입대하는 것. 이은결은 22일 “4월 미국 공연을 마친 뒤 6월 초순이나 중순쯤 입대하기로 했다”며 “감각이 무뎌지지 않도록 마술병을 택했다”고 밝혔다.

그는 ‘마술 월드컵’으로 불리는 피즘(FISM) 2006년 대회에서 한국인 마술사로는 처음으로 우승한 한국 마술의 브랜드다. 그가 마술에 입문한 1996년 이후 10년 동안 프로 마술사는 100배 늘었고 마술 인구는 200만명에 이르고 있다.

입영 신체검사에서 1급 현역 판정을 받은 이은결은 “마술로도 군대는 뺄 수 없다”고 농담을 한 적이 있다. “해군 입대로 우리 해군의 군사력이 업그레이드되는 것 아니냐”고 하자 소리내 웃었다. FISM 1등을 하고도 병역 혜택을 못 받은 데 대한 서운함도 있었다. “아직 마술 문화가 정착되지 않아서겠지요. 저만 뒤처질 것 같아 걱정도 됩니다.”

하지만 이 마술사는 긍정적이다. 그는 “10년 마술을 하면서 조용히 충전할 시간이 필요했다”며 “복무 24개월을 마술 공부할 시간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가벼워졌다”고 말했다.

해군 마술병은 2005년 6월, 1호가 나왔고 이은결이 3호가 된다. 국내외 국제교류행사 참여, 도서(島嶼)장병 위문, 대민(對民)봉사활동 등을 한다.

이은결은 2~3월엔 부산 인천 대구 울산 대전 창원 등을 도는 마술 콘서트 ‘THE 이은결’ 순회공연이 잡혀 있다. 입대 전 마지막 공연은 4월 2~15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월드 그레이티스트 매직쇼’. 세계적인 마술사 6명이 오르는 이 무대에서 이은결은 FISM 1등을 안긴 8분짜리 액트를 다듬어 보여줄 예정이다.

5월엔 공연은 없어도 짐 정리와 마음 정리로 바쁠 것 같다는 마술사. 3년 사귄 여자친구가 있고, 5년 넘은 번개머리와도 이별이다. 그래도 이은결은 밝았다. “짧은 머리 좋아해요. 24개월간 ‘작은 무대’에서 군인들, 아이들, 노인들에게 감동을 주고 돌아오겠습니다.”

박돈규기자 coeur@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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