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관적인 평가에서 데드 스페이스는 2008년 접했던 게임 중에서 가장 뛰어났다. 특히 호러 액션 게임부분으로 범위를 좁히면 그것은 더욱 확고해진다. 거기에는 이 게임에서 담고 있는 이야기의 스토리텔링적인 부분도 한몫을 한다. 여러번 이야기를 했지만 이 게임은 출시되기 전부터 마케팅 차원에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인 게임이다.
일렉트로닉 아츠(EA)에서 호러 액션게임을 출시한다고 하였을 때 사실, F.E.A.R를 배포한 시에라 따라하기한 소리도 있었을만큼 EA에서 호러게임은 일종의 모험이었다. 그렇기에 게임이 등장하기 초기에 사실은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정작 게임을 접하게 되었을 때, 충격은 솔직히 F.E.A.R를 능가하였다.
왜냐하면 스토리텔링과 스릴에서 F.E.A.R를 능가하였기 때문이다. 미래사회, 그리고 유니톨로지교 등의 방대한 배경지식을 게임 속에서 오디오 로그, NPC와 대사등을 통해 알려줄 뿐만 아니라 게임 내용에 빠져들게 하는 몰입도가 더 뛰어났기 때문이었다. 이것은 하프라이프 원작이 처음 나왔을 때의 액션게임을 뒤집었을 때를 연상케 할 정도였다.
애니메이션을 접하지 않은 사람도 게임을 즐기는 데 문제가 없지만, 접한 사람이라면 이슈무라 함선의 내부와 등장인물에 대해 애니메이션과 덧붙여 재미와 이해도를 높이는 즐거움을 주었다. 의도치 않은 사고로 죽은 선장, 카인박사가 대표적이고 수경재배실, 브릿지, 의료실 등의 공간도 게임속에서 다시 보게 될 때 내가 애니메이션에서 봤던 그 공간을 체험하는 듯한 재미를 느끼게 하였다.
또한 업그레이드 시스템을 통해 변화를 주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무기 체계는 6가지인가 7가지로 많지 않으나 업그레이드를 통해 성능을 높일 수 있는 구조와, 보호 슈트의 레벨업을 통해 인벤토리 저장공간을 늘리거나 생명력을 늘리는 것은 성장의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외계언어에 대한 힌트를 주어서 왠지 모를 외계언어 해독에 대한 도전의식을 불러 일으키는 두뇌 트레이닝 서비스까지 주는 센스마저 가지고 있다. 현재 인터넷상에서 이렇게 주어진 힌트를 이용해 게임 상에 나타난 외계언어를 해독해서 알려주는 사람들도 나타나고 있다.
또한, 미니 게임도 있다. 90년대 중반 듀크뉴켐 3D에서 게임 내 미니게임으로 색다른 재미를 준 적이 있었다. 물론 그만큼의 재미는 아니지만, 이 게임 내에도 사격과 무중력공간의 농구게임같은 미니게임을 담고 있어서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가지게 해준다.
그러나 이런 것보다 액션게임은 일단 타격감의 재미가 있어야 하는 건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그런 부분에서 이 게임은 성공적이라 할 수 있다. 커터와 같은 절단공구와 같은 것이 주무기이다 보니 절단, 파쇄의 재미를 줄 뿐만 아니라, 휘둘어치기, 발로 내려찍기 등의 타격 공격, 스테이시스와 같은 초능력 공격을 이용해서 느려진 대상을 절단하는 공격까지 갖가지 손맛을 느끼게 해준다.
미스테리를 풀어가는 재미는 거기에 보너스라고 할까. 슈팅 액션 게임 자체의 재미만도 충분한데 거기에 미스테리를 풀어가는 어드벤쳐성 재미는 대박 보너스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레드 마커를 찾아내고 옮기는 과정은 코믹북과 애니메이션에 나온 그것을 실제로 느낄 수 있게 되었을 때 재미와 그것을 찾아가는 미스테리의 재미를 가장 극대화 시켰다.
거기에 이 게임의 주인공 아이작이 이슈무라 함선에 오게 된 계기를 만든 니콜을 게임 상에서 처음 마주쳤을 때의 느낌은 몰입도를 더욱 높여주었다. 하지만 이러한 몰입도가 높은 게임이다 보니 스포일러들을 양산해서 게임관련 사이트에 괜히 들어갔구나하는 후회마저 들게 하였다.
마지막으로 이벤트 호라이즌, 에어리언 영화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하는 게임 제작자의 이야기가 있었다. 이 게임은 스토리와 분위기에 물론 그러한 영화들의 소재를 담고 있지만, 뛰어넘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레드 마커에 의해 발생되는 다른 이야기를 기다리게 한다. 덧붙여 정부에 빼앗겼다는 블랙 마커와 유니톨로지와 정부의 대립과정의 이야기도 게임이나 다른 매체로 이 이야기가 계속 이어가기를 바란다.
데드 스페이스의 이야기가 어디까지 이어질 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