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돼지 – 날지 않는 돼지는 돼지일 뿐이다

붉은 돼지 – 날지 않는 돼지는 돼지일 뿐이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중년의 로망을 개인적 감상으로 풀어낸 이야기로 알려진 작품이 바로 이 “붉은 돼지”이다. 비행기를 좋아하고 창공을 나는 장면을 좋아했던 하야오의 로망과 중년이라는 세월 속에서 잊혀져간 로망을 자신만의 이야기로 풀어낸 작품이다.

지브리 스튜디오의 6번째 작품이자 미야자키의 5번째 작품이기도 한 “붉은 돼지”는 1992년 어찌보면 이러한 아동보다는 성인취향의 이야기임에도 3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끌여들여 흥행에 성공했다. 즉, 지브리 방식의 애니메이션이 사회적으로도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과연 이런 작품이 나올 수 있을 지 모르겠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도 그렇고 지브리 작품에는 마법과 관련된 소재가 자주 등장한다. 나우시카에서는 전설, 라퓨타의 천공석, 토토로에서는 토토로, 마녀의 택급편에서는 마녀, 평성너구리에서는 변신 등 동,서양의 마법과 관련된 소재가 사용되는 데 이번 작품에서 역시 있다.

“하울”의 경우에는 소녀가 마법에 걸려 할머니가 되었다면 “붉은 돼지”에서는 스스로에게 마법을 걸어 돼지가 된 사람이 등장한다. 그것은 전쟁으로 인해 인간을 믿지 못하게 된 감정을 표현한 것이기도 하고 다른 의미에서는 삶의 행복을 잃어버려 의욕이 없는 중년을 표현하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이 작품에는 무정부, 냉소주의자 포르코가 다시 인간으로 되는 과정을 그리면서 중년들에게 삶의 의욕을 찾으라는 메시지도 담겨 있지 않나 싶다.


어디를 봐도 청년으로 보이지 않는 포르코와 커티스의 등장은 그들의 모습뿐만 아니라 그 배경을 통해서도 중년의 잃어버린 낭만을 찾는 듯 싶고 특히 그들의 대립된 구도로 청춘물의 전유물이 되어버린 주먹싸움을 낭만있게 그리게 되지 않았나 싶다.


중년의 주먹싸움을 과장스러운 낭만으로 그려내지 않고 웃기면서도 지브리 애니의 특징을 담아서 표현하였다. 극찬을 받은 바 있는 공중전의 긴박한 전투 장면 이후 이러한 장면을 연출함으로써 오히려 더 재미있는 장면이었다.


결투만이 낭만은 아니다. 그것을 잘 아는 중년의 미야자키가 내놓은 카드가 바로 사랑이었으니 그것이 바로 “지나”이다. 카페 아드리아노의 마담으로 3번의 결혼을 한 분위기있는 여자의 분위기있는 등장은 누구나 꿈꿔볼 수 있는 이상형의 등장이지 않겠는가.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을 말할 때는 재패니메이션이라는 단어가 쉽게 사용되지 않는 것은 디즈니 애니와 비교해서도 떨어지지 않는 색채감과 동작성과 섬세함에 있다. 초반의 포르코가 비행기를 이륙하는 데 묘사하는 한컷, 한동작의 묘사는 일본인 특유의 섬세함과 맞물려 재미를 더하게 해준다.


거기에 색채에서는 석양속의 비행장면을 보더라도 많은 색채를 배합해서 부드러운 묘사를 하여 아늑함마저 느끼게 해준다. 지브리의 옛 작품에서만 느낄 수 있다.

DVD의 화질은 특별하게 보정은 하지 않은 듯 하나 원본의 채색이 좋아서인지 특별하게 눈에 띄는 오점은 없었다. 단지 다른 지브리 DVD처럼 화면 테투리의 검은 박스가 눈에 거슬리는 정도였다.

음향은 돌비 스테레오만 지원한다. 현재까지는 원령공주 이후에 나온 작품에서만 5.1 채널 이상을 지원하고 있으므로 1992년작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당연하리라 생각된다. 그렇지만 “터미네이터 SE”와 같이 1984년작도 디지털 보정을 통해 돌비 5.1채널로 제작되는 것과 비교해보면 아쉬운 점이라 생각된다.

그렇지만 아쉬움을 달래줄 수 있는 것은 비록 스테레오이지만 비행기 모터소리, 바다 소리, 주변 음향들을 들려주는 데에는 부족함이 없다는 데 있다.


작품을 보면서 재미있는 장면으로 포르코의 새 비행기에 장착되는 엔진에 지브리가 적혀 있는 것이었다. 지브리식의 유머인가?

■ 서플의 구성


▶부가영상
– 그림콘티(멀티앵글)
– 예고(광고)모음
– 제작 이야기(프로듀서인 스즈키 토시오가 말하는 ‘붉은 돼지’) 약3분20초
– 한국어 더빙 스케치

▶작품 정보
– 시놉시스,작품소개, 캐릭터,감독소개

서플에서는 정말 할 말이 없다. 지브리 DVD에 항상 들어있는 그림 콘티는 역시 이번에도 들어있다. 이것도 처음 지브리 DVD를 살때는 재미가 있었는 데 이제는 공간만 잡아먹는 무성의한 것으로 인식이 된다.

결정적으로 충격을 준 것은 스즈키 PD의 제작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로 자그마치 상영시간이 3분 20초다. 엄청난 시간이다. 사람 약올리는 것도 아니고 왜 넣었나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한국어 더빙 스케치가 5분이 넘으니 주객이 전도된 것이 아닌가 싶다.

“나우시카”의 경우 안노 히데야키가 들려주는 음성해설까지 있던 것에 비하면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생각한 지브리 DVD의 서플이 갑자기 최저로 후퇴한 느낌마저 들었다.

본편을 재미있게 보고 난 후 그 여운을 즐기기 위한 서플에서 완전히 초를 쳤다고나 할까. 뒷맛이 개운하지 못한 느낌을 주었다.

OST 중에서 “時には昔の話を” – Kato Tokik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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