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느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여받아 작품성을 인정받은 박찬욱 감독의 걸작 “올드 보이”가 일반판 DVD로 선보였다. 일본 원작의 코믹북을 능가하는 작품으로 그 이야기의 치밀함만큼 많은 내적언어를 포함하여 DVD의 출시를 기다리게 한 올드보이 DVD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박찬욱 감독의 작품중에서 이만큼 롱테이크로 격정적인 장면이 없었다. “공동 경비 구역 JSA”나 “복수는 나의 것”에서도 물론 액션장면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이만큼 잔인하고 격동적이며 긴시간의 시퀀스를 가진 처절한 액션은 잔인함을 느끼기전에 한국영화의 자부심을 느끼게 할 정도로 감동적인 액션이었다.
DVD에서는 서플먼트에서 이 장면을 준비하는 과정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얼마나 노력을 들였는 지 확인할 수 있어 좋았다.
액션의 연출이 이 영화에서 보여줄려는 것은 분명 아니다. 이 영화에서는 인간의 사랑, 복수, 집착등 많은 감정을 보여주면서 그것들의 추악한 모습을 반추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것을 표현한 것이 마지막 장면 중 위의 장면이다. 자아와 자신의 추악의 모습을 분리해서 보여주는 장면.
그러나 위의 두 모습 중에 어느것이 과연 자신의 추악한 모습인 지는 영화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다. 등지고 있는 것이 추악한 것인가? 아니면 유리에 비추인 것인가? 짐승만도 못한 인간은 과연 어느 인물인가? 저 장면은 단지 내가 나를 보는 장면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들 정도로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
이 영화에서 한 인간의 추악한 모습을 나타내는 것의 시발점이 바로 하나의 눈이었다. 깨진 유리창 구멍 너머의 하나의 시선과 의미없는 말로 인한 하나의 죽음. 이 역시 유리를 매개체를 사용해서 나타나는 이미지이다. 유리창 너머의 저 시선이 추악한 일면인가? 아니면 저 시선이 바라보는 그 남매의 행위가 추악한 일면인가?
그러면서 영화에서는 인간의 추악한 모습외에도 고독을 보여준다. 독방에 갖힌 오대수가 고독으로 인해 정신분열되는 장면을 개미를 통한 환상으로 표현하거나 미도가 전철안에서 개미를 보는 장면은 사회적인 인간이 무리속에 포함되지 못하고 독립적인 개체가 되었을 때 느끼는 정신분열증세적인 극도의 고독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처럼 이 영화에서는 다양한 인간의 삐뚤어진 감정을 보여준다. 사랑의 감동도 정상적이지 못한 소외된 사랑을. 그래서 더욱 추악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허무한 복수의 결말을 보여줄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이 일반판의 화질은 레퍼런스급으로 평가하기에는 부족하지만 선명한 화질을 보여준다. 밝은 장면에서는 줌인된 화면속의 피부의 주름과 질감도 느낄 수 있는 화질을 보여준다.
그러나 어두운 장면에서는 암부의 표현력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고 감독의 의도인지 장면의 연출에 따른 각기 다른 색조톤으로 인해 통일된 색감을 느끼지 못하여 불안정한 화질로 생각될 정도로 색조차이가 크다. 어느 장면에서는 너무 푸른, 어느 장면에서는 너무 붉은 색조톤의 불규칙한 반복은 삐뚤어진 인간 군상들 만큼 불안정하다.
사운드는 DTS지원으로 채널분리된 효과를 즐길 수 있다. 리어 스피커에서 들리는 배경음과 효과음의 분리효과는 뛰어난 편이라 영화를 감상하는 데 즐거움을 준다. 단지, DD 5.1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이 특이하다.
■ 서플의 구성
– MUSIC CHANNEL : 3가지 테마로 구분한 9곡의 OST 뮤직비디오
– DOCUMENTARY : 촬영 다큐멘터리 및 각종 예고편과 공식 뮤직비디오
– MANUAL : 메뉴 보는 방식 설명서
서플 DVD의 메인화면 구성이다. 올드보이 일반판의 서플구성은 본편과 마찬가지로 신경을 써서 디자인이 되었다. 본편의 하일라이트 일부를 공식 뮤직비디오인 “Bring my Love”를 배경으로 보여주면서 시작하는 서플의 첫장면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서브 메뉴로 들어가면 위와 같이 독특한 방식으로 되어 있다. 메뉴구성과 화면 디자인에 공을 많이 들인 흔적이 보인다. 뮤직 채널은 3개의 채널로 몬스터, 에버그린, Lover로 3개의 테마의 채널로 되어 있다.
하나의 곡마다 3개의 배경화면을 선택할 수 있게 되어 있어 뮤직비디오를 내맘대로 볼 수 있는 인터랙티브 방식의 구성이 참으로 독특하다. 서플의 DVD에는 이스터애그가 하나 숨겨져있다. 찾아보면 재미있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촬영 에피소드에는 강혜정의 캐스팅과정을 다룬 부분과 액션 합을 맞추는 과정, 최민식의 몸만드는 과정등 여러 재미난 장면들을 보여준다. 또한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주제곡 “Bring My Love”에 푹 빠지게 되는 여운도 준다.
서플에서 가장 아쉬운 것은 감독과 배우의 음성해설이 없는 것이다. 확장판에서는 포함되어 있다고 하니까 아쉬운 마음은 그것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 수 밖에 없다.
뮤직비디오 삽입곡 “Bring My Love” – Starsail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