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고 있는 DVD중에 가장 오래된 고전영화 타이틀이다. 유일한 흑백영화에 모노 사운드의 DVD이기도 하다. 너무나 오래되었기 때문에 이 영화를 TV에서 본 것이 언제인지도 기억이 가물거린다. 정확히는 실제 봤는 지도 판단이 안된다.
어린 시절 본 기억이 있었는 데 이번에 다시 보면서 그 때 본 것은 1976년 작이 아니었나 싶다. 내 어린 시절이 흑백과 칼라 TV의 과도기 단계여서 어린 시절에 본 것이 흑백TV로 봐서 칼라로 나온 1976년 작도 흑백으로 봤었으니까. 시간이 흘러 칼라로 봤을 때는 이미 어린 시절에 봤던 내용 중에 기억나는 게 거의 없었고.
1933년 작 킹콩을 보면서 그 화면에 나왔던 장면들이 근래의 거대 몬스터 영화에서도 사용된 장면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주라기 공원과 고지라 같은 영화에서.
킹콩이 사는 섬을 도착하는 장면에 나오는 마을의 풍경은 주라기공원의 담장과 입구를 연상시킨다. 얼핏 예전 어느 기사에서 본 듯 싶다.
비행기와 몬스터의 대결은 여러 영화에서 이후 계속 사용되었고 최근에는 고지라에서 아파치 헬기를 이용한 장면으로도 있다.
영화에서는 역시 고전이다 보니 추억의 쌍엽기가 등장한다.
이 영화에서 사용된 특수촬영 기법은 Stop Motion 기법으로 최근에는 클레이 애니메이션 제작에 주로 사용되는 것으로 미니어쳐를 프레임 움직임 단위로 촬영하는 기법인데 1933년에 이러한 기법과 합성으로 실감나는 장면을 연출했다는 것이 놀랍다.
거기에 상상력을 더해 공룡과 킹콩의 육박전을 실감나게 표현한 점이 이 영화의 압권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영화의 내용으로 말하면 새롭게 안 사실이 이 영화에 부제가 있는 것을 알았다. 정확한 제목은 “킹콩과 백인 미녀” 였다. 그리고 내용은 “미녀와 야수” 였다. 영화 처음 도입부분에서 언급하는 미녀와 야수의 전설이야기가 이 영화의 주제에 꼭 맡는 내용이었다.
미녀를 사랑한 야수와 그 미녀로 인해 죽게 되는 야수.물론 디즈니 애니처럼 인간으로 변신하는 것은 아니지만 킹콩의 죽음으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거대 몬스터 액션영화가 아닌 동정심을 느끼게 하는 고전극이라 생각되지 않는 잘 만든 고전 영화이다. 그래서 마지막 대사 “Beauty kill the Beast”가 여운을 준다.
DVD는 원본의 보관이 잘 되었던 것은 아닌 듯 음성은 영어로 나오나 영화 도입부의 미녀와 야수 자막에서는 독일어로 나온다. 메이킹 필름에서는 영어로 나온 점으로봐서는 DVD제작시 원본 필름이 영어판으로 사용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화질은 큰 기대를 가지지 않았다. 다행인 것은 예고편에 보이는 비내리는 것과 같은 화면 흔적이나 잡티같은것은 리마스터링되어 볼만한 화질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흑백이니 너무 큰 기대를 갖는 것도 욕심이랄 수 있다.
음성은 참으로 아쉬운 데 모노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스피커 하나에서만 소리가 날 줄은 몰랐다. PC에서도 그렇고 홈씨어터에서도 전방 왼쪽 스피커에서만 소리가 나는 것으로 봐서는 실제 그렇게 제작이 되었는 지도. 음질은 참으로 아쉽다 하지 않을 수 없다.
킹콩 영화에 대한 자료를 찾던 중 재미있는 점은 당시 포스터가 옆의 사진과 같이 그림으로 제작된 것을 알게 된 것과 1986년 킹콩2에 주연한 여자 배우가 “터미네이터”의 여전사 린다 해밀턴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린다 해밀턴은 이후 TV 시리즈 미녀와 야수에서 미녀 역을 하게 되었다. 1933년 작의 내용이 미녀와 야수란 것을 비춰볼 때 재미있는 사실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기대되는 것은 2005년 피터 잭슨이 감독하여 나오게 될 킹콩이다. 이 작품도 빨리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