迷宮物語(미궁물어)란 애니를 봤다. 먼저 제목을 짚어보자. 迷宮은 빠져 나올 수 없는 미로로 되어 있는 건물이고 物語는 이야기라는 뜻이다. 굳이 해석한다면 미궁이야기랄까… 난 끝이 없는 이야기나 빠져나올 수 없는 삶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이 작품은 지금은 너무나도 유명한 3명의 작가가 만든 작품이다. 린 타로와 가와지리 요시아키, 그리고 오토모 가츠히로. 이 3명의 작가가 1989년 동경환타스틱 영화제에 출품한 작품으로 각기 다른 3개의 내용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89년 작품임에도 현재의 작품들과 비교해서 색상이나 기술적인 면에서 뛰어나다. 상업적이지 않은 바탕에 작가들의 역량이 듬뿍 투여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제 1화 라비린쓰 라비린토쓰
은하철도 극장판과 X극장판을 감독한 린 타로의 작품이다. 오프닝을 겸하면서 시작된다. 한 여자꼬마 사치와 고양이 치치로가 이상한 세계로 들어가서 겪는 내용인데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뭔가를 전달하고자 하는 지 뚜렷한 목적은 없어 보이나 무관심 속의 공허한 세계를 몽환적으로 표현한 듯한 작품이다.
제 2화 달리는 남자
90년대 말에 많은 남자 애니팬들을 광분케했던 수병위인풍첩의 작가가 만들었다. 요수도시와 같이 이 작가의 작품에는 피와 잔인한 장면의 오버가 있다. 이 작품은 그다지 많지는 않으나 잠깐 나오는 장면이 내용상에서 중요한 구성을 하고 있다. 내용은 자기강박에 싸인 레이서의 죽음을 다루었다. 자신을 추월하는 존재를 용납치 않는 승리에 대한 자기 강박은 결국 레이싱에서 머신의 능력을 뛰어넘는 초현실 에너지로 나타난다. 어찌보면 인간의 욕망을 말하면서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을 학대하는 한 인간에 대한 이야기다.
제 3화 공사중지명령
아키라를 감독했던 오토모 가츠히로의 작품이다. 인간과 기계의 커뮤니케이션과 정보의 부재로 인한 사건을 말한다.
스즈오카는 열대 우림의 인간은 오직 공사현장감독 한명뿐인 공사현장으로 파견을 간다. 이 현장은 로보트들에 의해 건설이 이루어지는 현장이다. 행방불명된 감독과 새로운 명령을 듣지 않는 로보트들로 인해 사태는 심각해진다. 인간은 인간대로, 로보트는 로보트대로 자신의 책무를 다할려고 하나 그것이 사태를 더욱 심각하게 하고 결국은 파국을 맞는다.
단편 작품들의 옴니버스 작품들로 뚜렷한 주제의식은 보이지 않지만 이제는 장인(匠人)이 된 작가들의 초창기 작품을 통해 그들의 역량을 볼 수 있어 즐거운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