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후 지구상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게 된다” 라는 태그라인과 “나는 전설이다”와 “28일 후”에서 보여주었던 폐허가 된 도심속에 서 있는 한 남자의 모습이 그려진 포스터는 이 영화를 부제인 인류멸망을 다룬 영화로 착각하게 만들었다. 또한 감염열도(感染列島)라는 원제에서 위의 영화같은 좀비물로도 착각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더스틴 호프만의 “아웃브레이크”를 배낀 바이러스 질병 재난 영화이다. 아웃브레이크가 원숭이에 의해 전염되는 에볼라 바이러스의 공포에서 착안된 영화라면 이 영화는 조류독감, 돼지독감 (일명 신종 플루)에서 착안된 새로운 바이러스로 감염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주인공의 남녀 관계가 과거 연인에서 헤어진 사이라는 점이라거나, 감염원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한다는 점, 질병 퇴치과정에서 여자가 감염된다는 점 등 유사한 부분이 많다.
단지, 헐리우드 영화처럼 스펙터클한 긴장감을 주는 군사적 무력 동원이 없이, 감염이 확산되는 상황속의 일상을 일본 영화 특유의 디테일한 감성으로 담으려고 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시기적으로 요즘 신종 플루로 국내에서도 사망자가 속출되어 미디어에서 늦게나마 떠들썩한 분위기를 만들었는 데 올해 초기 일본은 먼저 호들갑을 떨었었다. 거기에 편승되어 이 영화가 제작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시기적 요소가 많이 보인 영화였다. 타미 플루 등 특정 치료제가 언급되기도 할 정도로 신종 플루를 많이 의식하였다.
영화 초반 사토 코이치가 출연하는 데, 매직 아워에서 츠마부키 사토시와 같이 출연했던 우정으로 나온 것이 아닐까 싶다. 사토시의 연기는 코메디, 멜로, 액션, 스릴러 등 그 폭이 넒은 데 이제는 청춘시기가 지났는 지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서 보여준 모습은 이제 과거임을 이 영화에서 보여주었다. 매직 아워때의 코믹 연기쪽으로 점점 더 무게추가 이동한 듯 싶어서, 이 영화 속의 의사역은 조금은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