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재미있다. 카지노 로얄에 이어 다니엘 크레이그가 느끼한 버터가 전혀 없는 냉철한 이성과 야수같은 본능을 함께 지닌 첩보원으로써의 모습을 보여주어, 박진감있는 액션을 보여준다.
카 레이싱을 방불케하는 추격액션으로 시작한 영화는 유럽과 남미의 여러 국가를 오가며 이국적인 풍경 속에서 눈을 붙잡는 액션을 지속적으로 보여준다. 이것은 전혀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없다.
그런데, 왠지 부족함 느낌이 드는 것이 있다. 그것은 새로운 제임스 본드의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한 전작 “카지노 로얄”의 연장선보다는 왠지 본 아이덴티티의 제임스 본의 모습이 오버랩되어 007만의 뭔가가 없기 때문이었다.
주변의 다른 사람들은 Q가 등장하지 않으면서 신무기가 없어서 그렇다고 말하고, 다른 사람들은 기름기를 너무 빼서 건조한 본드 때문이라고 한다. 또는 홍콩 르와르도 아닌데 무슨 복수,배신, 반전이 난무하는 지 복잡하다고 한다. 결국 첩보원 본드의 모습이 아니라 조직원 본드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일단 세계를 위협하는 비밀 조직의 등장과 제임스 본드가 정신을 차렸으니, 다음부터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 싶다. 일단, 예전처럼 세계정복하겠다는 과대망상의 인물들이 아니고, 현실적인 악당들이 나와서 영화적 대립구조에서는 조금 맥이 빠지는 부분은 아쉬운 점이 될 듯 싶다.
이번 영화의 악당도 약하다는 말이 있는 데, 너무도 현실적이어서 그렇지 않나 싶다. 비즈니스적으로 천연 자원을 확보하려는 기업과 이제는 물을 무기화하려는 현실에서 근육질이나 파괴적인 악당보다는 오히려 이런 장사꾼같은 악당이 더 무서운 세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테이큰에서의 인질매매범도 죽을 때 “단지 사업일 뿐이다”라고 말하지 않았나. 호스텔의 인질매매 조직도 마찬가지였다. 동화적 악당의 시대는 가고 현실적인 악당이 앞으로도 007에 계속 나올 지는 후속작에서 판단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