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1월 26일 네이버 블로그에 올렸던 글을 옮깁니다
뷰파인더를 통해 옛 연인의 발자취를 밟는 스토리가 있는 영화다. 이 영화에서는 영화속에서 등장하는 사진기의 뷰파인더를 통해 세상을 본다. 시간을 지속적으로 담는 영화 카메라와 달리 한 순간 한 순간을 담는 사진기의 뷰파인더에 담은 순간을 또다른 세상으로 연결하는 하나의 창으로 이야기 한다.
물론 주된 내용이 그건 아니다. 단지 영화상에서 그러한 의도로 말하는 대사가 좋아서 그렇게 느꼈는 지도… 나도 디카를 들고 틈이 나면 찍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 좀 더 많이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에서는 뉴욕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장면들이 많이 나온다. 뉴욕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풍경등을 찍은 사진을 펼쳐 보여주는 데 좋은 장면들이 많았다. 내가 좋았다고 생각한 것은 이국적인 배경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보고 스쳐가는 장면들을 뷰파인더로 잡아내 그 순간을 담은 한장의 사진이 얼마나 좋은지에 대한 생각이었다.
그래서 마치 영화를 보면서도 하나의 사진전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내가 가지고 있는 디카와 수동카메라를 고개 돌려 쳐다보게 만드는 느낌을 주었다.
이 영화는 참으로 이상한 전개방식을 가진 영화다. 중반까지는 로맨스영화로 보이더니 중반 이 후 추리극으로 변하고 마지막은 미스테리로 마감한다. 마치 “Waking the Dead”의 엔딩을 연상시킨다. 감독의 성향이 아마도 미스테리와 추리영화를 찍었던 사람이라 그런 영향이 있는 지도…
그래서 “히로스에 료코”의 로맨스영화를 기대했다면 실망을 할 수 있겠다. “히로스에 료코”는 국내에 많이 소개된 배우이다. “철도원”에서 장성한 딸의 모습으로 처음 소개되었고 이후에는 “레옹2″라는 황당한 제목으로 소개된 원래 제목이 “와사비”인 영화로 보여졌다. 올해에는 “비밀”로 소개되어 일본 여자 배우중에 아마도 한국에 영화로 가장 많이 보여진 아이돌 스타가 아닐까 싶다.
극의 흐름이 매끄럽지 못하지만 장면 장면이 좋아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고나 할까. 단지 머리로는 이해는 되나 가슴으로 이해가 안되는 대사가 있어서…
“같은 공기를 마시고, 같은 것을 보고, 같이 웃고 감동하고 싶었다.” 시즈루가 마코토에게 한 이 대사는 가슴에 와닿지 않았다. 내가 연애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하지만 이 대사는 영화의 전체를 표현하고 있는 대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