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안 플레밍의 007시리즈 첫 작품임에도 영화에서는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카지노 로얄”이 나타났다. 1967년작 카지노 로얄은 정통 시리즈가 아니고 미국에서 판권을 구입하여 코메디물로 만들었기에 007 시리즈로서 평가를 받을 수 없었다.
시리즈 작품들이 초기로 돌아가는 분위기에 편승했다는 점을 지울 수 없는 단점이 있지만, 007 제임스 본드의 탄생을 그려낸 부분은 잊혀졌던 옛 원작을 떠올리게 한다. 옥토퍼시부터 원작없이 창작으로 제임스 본드를 이어가던 것에서 다시 원작으로 회귀했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더욱이 로맨스 코메디 액션영화로 격이 낮아지던 분위기를 약간은 캐스팅에 잡음이 있었지만 다니엘 크레이그의 모습을 통해 스파이 스릴러 액션으로 원작대로 변모한 것도 마음에 들었다. 로저 무어나 피어스 브로스넌의 007을 좋아했다면 마음에 들지 않았겠지만, 숀 코네리의 초기 007을 좋아했던 나에게는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시대에 맞게 스타일리쉬하고 파워풀한 액션이 난무하는 영화 초반부 마다카스카의 추격장면은 야마카시 액션을 보는 듯한 경쾌함마저 주었다.
영화에서 아쉬운 부분은 전반의 긴장도 높은 액션이 후반으로 가면서 액션보다 로맨스에 치중하여 느슨함을 주었고, 스파이물보다는 홍콩 르와르를 보는 듯한 배신, 모략, 범죄는 아쉬움이 남았다.
이후에 007 시리즈는 어떤 방향으로 갈 지 궁금하다. 스파이 스릴러 액션물로 갈지, 로맨스 SF 액션물로 갈지. 일단, 다니엘 크레이그는 바람둥이로는 맞지 않는다는 것을 이 영화에서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