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니발이라는 캐릭터는 악당으로써 매우 매력적인 인물이었다. 소설로는 토마스 해리스의 레드 드래곤에서 등장하기 시작하여 양들의 침묵에서 앤소니 홉킨스에 의해 그 매력을 발하게 된 인물이었다. 그로 인해 한니발이란 소설을 창작하게 되었을 정도로.
하지만, 토마스 해리스는 이후 무슨 생각인지 프리퀼의 성격을 가진 신작을 내놓았다. “한니발 라이징”이라는 소설을. 아직 이 소설을 읽지 않았다. 영화 개봉소식을 먼저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동안은 소설을 먼저 읽은 상태에서 영화를 보았기 때문에 그 재미를 느끼지 못해서 이번에는 영화를 보기 위해 소설을 읽지 않았다.
그것이 실수인지, 잘한 것인지 영화를 본 후 애매해졌다. 그만큼 이 영화는 실망을 안겨 주었다. 그리고 한니발 렉터라는 캐릭터에 대해서도 실망을 주었다.
사람의 살을 먹을 정도로 잔인하지만 상대방의 심리를 꽤뚫는 통찰력과 자신의 이야기로 흡입하는 천재적 카르스마의 인물이 어린 시절 충격의 기억을 잊지 못해 연쇄 살인을 하는 단순 살인마에 지나지 않게 그려내었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그 성장 배경에서 기존 전작들에서 느낄 수 있던, 귀족보다는 엘리트의 이미지를 귀족의 이미지로 바꾸고, 전혀 생뚱맞은 일본 사무라이 문화를 받아들인 인물로 그려낸 것은 무슨 생각인 지 알 수가 없었다. 더욱이 양들의 침묵에서 정신병환자에게 입히는 족쇄복의 안면보호대에 대해 한니발에서 작위적인 연계성를 부여한 것보다 더한 사무라이 갑옷의 안면보호대를 내세운 것은 싸구려 장치 그 이상도 아니었다.
원작을 읽지 않았기에 어떻게 되어 있는 지 모르겠으나. 영화상의 그 모습들은 한니발 렉터라는 캐릭터를 싸구려 연쇄 살인마로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