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에 공교롭게도 마술과 관련한 영화가 2편이 제작이 되었다. 연기파 배우인 에드워드 노튼이 출연한 “일루셔니스트”와 X-Men의 울버린과 슈퍼맨을 연기한 영웅들이 출연한 이 영화 “프레스티지”가 그것이었다.
미국 내 개봉 성적에서는 늦여름에 개봉했던 일루셔니스트는 개봉 초기 3주간은 TOP10에 들지 못했으나 이후 5주동안 꾸준히 TOP10에 등록되어 8주동안 3천 4백만불을 벌어 들였고, 프레스티지는 배우의 인지도 힘입어 개봉 첫주 1위를 차지했으나 4주만에 순위에서 내려갔으나 4천 6백만불을 벌여들였다.
성적만 봐서는 일루셔니스트의 부진같지만, 개봉관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인기를 얻었다는 것을 보면 프레스티지가 오히려 패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또한 프레스티지와 일루셔니스트의 차이는 이런 흥행 성적과 달리, 마술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나타난다. 마술과 마법이라는 차이로. 프레스티지는 마술을 그 자체로 보여준 반면, 일루셔니스트는 마법으로 보여주었다. 이것은 사람들이 마술을 사람 속이는 사기로 생각하지만, 현실에 있을 수 없는 마법으로 보여지기를 바라는 것은 아닐까싶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트릭을 밝혀내기 위해 집착하는 것에서 오히려 마술의 흥미를 빼앗아 갔는 지도 모르겠다. 열정이 아니라, 편집적이고 삐뚤어진 집착이 마술의 재미를 빼앗아 갔다.
거기에 덧붙여, 역사적 실존 인물을 영화의 소재로 들여놓아서 마술을 마법으로 만들려는 헛된 시도가 더욱 영화를 초라하게 하였다. 비록 많은 상상적인 소재를 가진 테슬라박사이지만, 그것을 잘 못된 소재로 사용하여 오히려 마술스럽지 못하게 하였다.
하지만, 이 영화가 일루셔니스트보다 마음에 든 요소를 찾는다면, 바로 관객과의 두뇌플레이를 재미있게 하였다는 것이다. 메멘토의 감독인 크리스토퍼 놀란의 시간의 복잡성을 가진 화면 연출과 수많은 힌트를 대사와 행동에 부여함으로써 반전이 나타났을 때 그 사건의 전말과 힌트들을 다시금 되새겨보게 하는 재미는 일루셔니스트보다 낫다고 할 수 있다. 일예로 일루셔니스트는 보고 난 후 재미있었다는 말로 끝내고 잊었다면, 이 영화는 영화의 처음부터 다시 되새김을 해보게 하였다.
배우들에 관해서는 배트맨과 울버린의 대결이라는 평판과는 달리 연기력 평가라고 내리기 힘들 정도로 의외로 평면적이었고, 너무 다작을 하는 듯한 스칼렛 요한의 식상스런 연기도 그렇게 돋보이지는 않았다. 그에 비해 꾸준히 중후한 모습의 마이클 케인과 데이빗 보위의 미스테리한 연기가 눈에 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