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만의 4부작으로 엮어진 동명의 코믹북 중에서 1부의 내용을 영화로 만든 작품이다. 흔히 게임, 소설 또는 코믹북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들이 원작에 대한 부담과 무리한 각색으로 실패를 하는 것과 비교할 때 이 영화는 그것을 잘 해내었다.
원작이 1950년대에 60년대라 원작 그대로 영화를 만들었다면, 격동시대급의 영화가 되었을 테지만 90년대로 시대를 조정하면서, 조금은 세련되면서, 조금은 촌티나는 시대로 친근감이 있는 시대로 만들어내었다. 화려한 돈과
끈끈한 우정의 시대였다. 그리고 기억에 남아있는 각종 사고 사건, 규제들이 있던 시대였다.
인물들의 변화도 있었지만, 배우들의 역량이 그 변화를 너무도 자연스럽고, 당연하듯이 바뀌어 생동감이 넘쳤다. 고광열의 유해진은 원작과 가장 흡사하면서 그만의 개성을 담아내었고, 곤의 조승우는 여린 얼굴에서 보이는 강한 승부욕의 새로운 인물로 나타났다.
평경장의 백윤식씨는 해학과 여유로움과 정을 가지고 있는 사부의 이미지로 나와 “싸움의 기술”때를 상기시켰다. 또한 이귀의 김윤석은 깐죽거리면서 시니컬한 악역을 보여주었다. 정마담의 김혜수의 변신이 원작과 많은 차이가 나는 것으로 원작에서 보여주지 못한 팜므파탈의 모습에 집중시키지 않았나 싶다. 단순 요부에서 카리스마있는 여인으로.
무엇보다 영화에서 각색과 연출의 묘를 느낀 것은 감독의 전작인 “범죄의 재구성“에서 보여주었던 현재과 과거를 넘나드는 시간의 재배열과 화면 분할, 인물간의 감정의 교차 장면을 빠른 화면 전환을 이 영화에서도 잘 이끌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