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길예르모답다고 해야 할까. 현실과 동화의 교차점을 그만의 디자인에서 발휘한 작품이었다. 그것이 좋은 뜻이든, 나쁜 뜻이든.
대중적으로는 “블레이드2″와 “헬 보이“로 유명세를 얻은 감독이지만, 그의 내면은 컬트로 뭉친 사람이었다. 그로테스크하고 유니크한 그림자를 좋아하는 그가 만든 동화이야기가 과연 밝은 내용이라고 기대했다면 이 감독을 몰랐기에 했을 것이다. 과연, 그는 밝음을 버리고, 잔혹동화와 같은 그만의 동화를 만들어 내었다.
스페인 내전 후의 사회적 불안기였던 1944년을 배경으로 현실의 불안함을 이기지 못한 한 소녀의 정신분열적 이야기라고 말할 수도 있고, 판타지와 현실의 교차라고 말할 수 있는 모호한 세계를 그려내었기 때문이다. 전쟁과 그로 인해 죽어가는 사람, 여행으로 몸이 약해진 만삭의 어머니와 자신을 싫어하는 새아버지 틈바구니속에서 대화의 대상이 없던 소녀의 상상속 세계와 어두운 현실의 교차는 영화에 나온 대사 처럼 “The world is cruel place”를 반증하는 것이었다.
“괴물”에서의 소녀와의 죽음과는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것이 그래서였을까. 마지막까지 판타지영화로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상상속의 친구와 이야기하는 자폐증상을 가진 아이가 만들어낸 환상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전쟁의 와중에 그 현실을 회피하고자 했던 비슷한 소재의 “나니아 연대기”는 기독교적 신화를 바탕으로 모험과 판타지를 표방하였다면, 이 영화는 정말 어두운 현실을 그대로 나타낸 것이 아닐까 싶다. 차라리 컬트적 재미를 느낄려면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의 재미를 다시 맛보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PS : 네이버 영화정보에서는 이상하게 극찬의 글들만 있었다. 어른들의 동화로써도 그다지 수작이라고 생각되지 않았는데… 컬트영화라면 모를까. 더욱이 이 영화를 판타지영화라고 멋모르고 초등학교 저학년의 아이들과 같이 볼려고 했다면 극장에서 중간에 나와야 하지 않았을까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