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공 (墨攻) – 각색을 한건가? 왜곡을 한건가?

묵공 (墨攻) – 각색을 한건가? 왜곡을 한건가?


꽤나 오래전에 인기가 있었다는 동명의 일본 만화책을 원작으로 하여 제작한 한중일 합작 영화라고 한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원작을 보고 영화를 볼 것인가, 영화를 보고 원작을 볼 것인가로 고민하였다. 영화가 개봉되기 전까지는 못보았던 작품이었기 때문이었다.

일본의 모리 히데키 작가의 11권 완결본의 이 작품을 읽고는 이상주의자인 혁리를 통해서 삼국지, 초한지등을 읽었을 때 느꼈던 전략의 재미와 전쟁의 비참함을 만화에서 즐길 수 있었고, 묵가의 이상과 인간이란 존재의 틀에서 생기는 모순을 생각하게 해주는 잘만든 작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작품이라면 영화가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가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작품들도 있듯이, 이 영화는 원작에서 혁리의 여정에서 양성전투 한 부분을 그려내고 있는 데, 원작의 양성 전투 이외의 부분들을 이리 저리 각색해서 모두 양성에 투입하다보니 어색한 작품이 되어 버렸다.

원작을 바탕으로 인물과 작품의 재해석으로 작업하는 것은 물론 나무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 재해석이 공감을 주지 않고 왜곡되면 문제가 된다. 먼저, 양성의 왕이 왕즈웬이 연기하는 것을 보고, 원작과 다른 인물이겠구나 싶었다. 역시나, 원작의 어리석고 타락에 절은 인물이 아닌 노회하고 탐욕을 감춘, 그러면서도 카리스마 있는 인물로 변질되었다. 원작처럼 퇴락한 인물의 지도자는 그려내고 싶지 않은 중국인의 오만한 감정이 이입된 건 아닌가 싶다.

그러다보니, 혁리와 양적의 관계과 대립관계가 아닌 사도관계가 되어버렸고, 아예 등장조차 시키지도 않은 인물과 역할이 바뀐 인물마저 생겼다. 또한, 묵가의 인물인 혁리가 나왔음에도 그 외의 묵가는 아예 언급조차 안되는, 마치 원작에서 묵가는 소화시키지 못한 중국인처럼 언급이 미비했다. 이러다보니 영화에함 겸애라는 말을 사용하지만 실상 묵가에 대해 제대로 말하지도 못하고, 혁리라는 인물도 너무 표면적인 인물로 밖에 그려내지 못했다. 재해석이 아니라 수박 겉핡기와 왜곡이였다.

이러면서 초반의 10만대군과 싸우는 양성전투의 스펙터클한 영상의 긴장은 후반으로 가면서 혁리의 사랑이야기로 질질 끌더니 전투장면마저 예산부족인 것처럼 느껴지는 초반과 다른 허술함마저 보였다.

영화의 초반에서 보여주는 양성전투는 만화책에서는 느낄 수 없는 고대 전투의 전술과, 진형, 무기의 표현에서 정말로 탄성을 자아내는 연출을 보여주었으나, 재해석이 아닌 왜곡된 각색의 이야기는 영화의 후반을 아쉬움으로 남게 했다.

PS : 각색자는 원작이 역사를 왜곡한 시각이라고 변명할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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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공 (墨攻) – 각색을 한건가? 왜곡을 한건가?”의 1개의 댓글

  1. 천지영웅 – 의도적인 중국 추켜세우기 영화
    영화 초반 “난세에 영웅이 나온다”라는 거창한 말로 시작하는 이 영화에 과연 영웅이 나왔나 반문하고 싶다. 장예모의 “영웅”에서는 중국을 통일한 인물과 그 인물을 죽이고자 하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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