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초반 “난세에 영웅이 나온다”라는 거창한 말로 시작하는 이 영화에 과연 영웅이 나왔나 반문하고 싶다. 장예모의 “영웅”에서는 중국을 통일한 인물과 그 인물을 죽이고자 하는 자객의 대립 구도속에서 영웅의 의미를 말하고자 한 바에 비해 이 영화속의 영웅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평범한 인물이 난세의 소용돌이 속에서 변모하는 과정을 과장되지 않은 모습으로 영웅을 그려내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연출의도가 제대로 표현되지 않은 것이다. 영화 초반부터 다분히 의도적인 장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4가지의 모티브에서 소재를 얻은 듯 싶다. 80년대 홍콩 르와르의 형사와 깡패의 의리, 서유기의 현장법사 이야기, 한국 영화 “무사”의 사막 고행기와 “레이더스”의 성괘이야기에서 영화의 소재를 가져온 게 아닌가 싶다.
내서대인과 이교위의 관계는 르와르의 설정을 가져온 듯 싶고 불경을 가지고 당나라로 돌아가는 비구니와 그것을 지키려는 일행의 이야기는 서유기를 연상시킨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의 반전아닌 반전은 레이더스를 연상시킨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일본인으로 견당사로 당나라에 온 내서대인의 위치이다. 이 인물로 통해 여러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다. 먼저 내서대인으로 조정에 반역한 이교위를 체포하게 한 것은 중국의 이이제이(夷夷制夷)를 내비친다. 이것은 중국의 내손 더럽히지 않겠다는 걸 보여준다.
그리고 견당사라는 존재를 밝힌 것으로 서기 600년대 일본의 아스카시대에 일본은 당나라에서 문화를 배워갔다고 스스로 말하고 있다. 이것은 중국영화사에 제작했을 경우에는 별로 대수롭지 않겠으나 일본소유의 콜롬비아에서 만든 영화이므로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담겨져 있다고 보인다. 중국 추켜세워주고 잘 지내자는.
이런 면에서는 또 한가지가 더 있는 데 중화사상을 추켜세워준 점이다. 이 영화상에 이민족으로 나오는 것이 돌궐족인데 이들은 당나라의 적대세력으로 규정을 지어놓고 석가 사리를 불순한 용도로 얻고자 하는 것으로 표현한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돌궐족의 통일을 위한 행위라고 봐야하지 않나싶다. 그런 것은 일점없이 마치 레이더스의 독일군처럼 묘사한다. 그리고 석가 사리는 당연히 중국에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영화의 기마전이나 공성전은 리얼하고 실크로드의 사막지대의 와이드샷의 스펙타클함은 좋지만 영화속 이야기가 왠지 콜롬비아가 일본의 의도하에 중국 추켜세우기인 거 같아 좋은 이미지는 아니었다.
주연중 내서대인으로 연기한 나카이 키이치는 “바람의 검, 신선조”에서 감동스런 연기를 보여주었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한 연기여서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