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검, 신선조(壬生義士傳) – 흐르는 것은 감동이었다

바람의 검, 신선조(壬生義士傳) – 흐르는 것은 감동이었다


뒤늦게서야 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역시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다. 흔히 사무라이영화라면 잔인한 칼부림이나 오버된 충성심만 난무하는 영화라 생각되지만 이처럼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는 없었다. 어찌 보면 우리들이 개방되지 않았던 일본문화의 사무라이영화를 제대로 보지 못했기에 잘 못 오인하고 있었을 수도 있다.

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시기는 국내에서도 많은 인기를 얻은 “바람의 검심” 만화와 비슷한 시기이다. 정확히는 “바람의 검심 극장판 추억편”에 나온 유신지사와 신선조의 대결이 있던 시기이다. 신선조는 객관적으로 봤을 때 무너져가는 권력을 쫓는 한 무리들이다. 시대의 조류를 파악하지 못하고 구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고집을 피우는 집단이지만 이들의 영화에서는 신선조에 중점을 맞춘 것이 아니고 한 개인에 맞추어 신념에 대해 잔잔한 감동을 준다.

생계를 위해 고향을 배신하고 떠나온 칸이치로는 비록 돈을 벌기 위해서지만 내면에서는 남을 배려하는 마음과 가족애가 떠나질 않는 인물이다.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사무라이답지 않은 행동을 하지만 전쟁이 치열해질 수록 나타나는 그의 본질적 행동에 그를 미워하던 사이토도 동조되는 과정에서 한차례 감동이 시작된다. 어줍잖은 충성보다는 가족애와 우정을 내세워 더한 감동을 만들었다.

영화는 노인이 된 사이토와 칸이치로의 친구의 아들 오노를 통해 서로 자신들이 알고 있는 칸이치로의 기억을 회상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그래서 영화 초반에는 사이토는 돈에 집착하는 칸이치로의 모습이 나오고 오노를 통해서는 사무라이정신을 가르치면서 남에게 자신의 것을 배푸는 인간적인 검도선생의 모습이 나온다. 이 두 모습은 영화의 후반으로 가면서 칸이치로의 본래의 모습인 인간적인 모습으로 구체화 된다.

주연배우로 나오는 “니카이 키이치”는 올해초에 개봉했던 “기묘한 이야기”의 두번째 에피소드인 “쿠신구라 핸드폰”에서 핸드폰을 받고 자신의 해야할 일을 하게 되는 쿠라노스케로 코미디연기를 해서 인상이 깊었던 배우였다. 조만간 개봉할 “음양사2″에도 마도사로 나오기도 한다. 사이토로 나오는 “사토 코이치”는 얼마전에 본 “마계전생”에서도 본 바가 있다.

홍콩식 무술이 좋은 사람한테는 밋밋하게 보일 지 모르나 이 영화에 나오는 검술장면은 근래 본 일본 영화중에 제일 좋았다고 생각된다. 절제되고 일격필살의 기운이 느껴지는 생생한 장면이었다. 마지막 도바 후시미전투에서의 장면은 리얼함 자체였다.

음악은 지브리 스튜디오의 명작들에서도 음악을 담당했던 히사이시 조가 맡았다. 그래서 이 영화에 처음으로 관심을 가지게 되었었다. 눈 내릴 때 나오던 음악도 좋았지만 마지막 크레딧이 올라갈 때 나오는 엔딩곡이 제일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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