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년의 시간동안 로드리게즈는 실망을 안겨준 감독이었다. “스파이키드 시리즈”,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멕시코”으로 기억되는 그의 작품들은 그가 명성을 얻은 “엘 마리아치”, “데스페라도”, “황혼에서 새벽까지” 등의 작품들마저 잊게 해줄 정도였다.
그러한 그가 다시 폭력의 미학을 제대로 살린 영화로 돌아왔다. 프랭크 밀러의 동명의 그래픽 노블이 원작이라는 것을 논외로 해도 이 작품에서 그의 재능은 빛을 발하였다.
타란티노의 “킬 빌”에서 잠시 사용한 흑백의 연출이 로드리게스에 의해 나타난 것은 프랭크 밀러의 원작을 표현하는 것에 만족한 것이 아닌 자신만의 폭력세계를 연출하기에도 적절하였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전체적으로는 3가지의 다른 이야기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진행되지만 등장인물들이 서로 같은 공간에 존재하는 연출과 시간대의 미묘한 어긋남의 연출은 영화를 보고 난 후 다시 한번 보고 싶게 해주는 묘한 매력을 느길 수 있게 연출되었다.
하드 보일드한 범죄 스릴러의 연출은 30 40년대 고전 영화를 보는 듯한 느끼하게 느낄 수 있는 부담스러운 멘트들을 나레이션으로 엮으면서 진행되는 데 그것 또한 하나의 매력이었다.
하지만 가장 큰 매력은 폭력이었다. 근래에 스플래터나 슬래셔 공포 영화에서도 쉽게 느낄 수 없을 정도의 신체 절단과 총탄의 관통장면을 보여주었다. 하얀 피와 때로는 노란 피, 간혹 붉은 피로 보여주는 흑백위에 뿌려지는 혈흔이 오히려 붉은 색의 난자함보다 나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또한 흑백의 실루엣으로 연출되는 폭력 장면도 좋았다.
그리고 스파이 등의 작품에서는 괜찮은 배우 데려다놓고는 망가트리던 로드리게즈가 모처럼 배우들의 매력을 제대로 살렸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잊혀질 뻔한 왕년의 섹시 가이 미키 루크를 과감한 변신으로 보여준 것과 “스파이 키드 3D”에서 망가졌던 일라이저 우드를 새롭게 보여준 점은 놀라웠다. 그 외에도 클라이브 오웬, 델 토로, 룻트 하우거 등 무수히 많은 연기자들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음악도 상당히 괜찮았는 데 하드 보일드 스릴러에 맞는 음악들이었다. 모처럼 분위기를 살리는 배경음악들이었다.
PS : 티져 포스터를 볼 때도 그랬지만 영화를 보면서도 낮은 저음의 나레이션을 말하는 장면들과 거친 흑백의 화면을 보면서 “맥스 페인” 게임이 연상되었다.
OST중에서 “Sin City End Tit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