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독 : 임필성
– 출연 : 송강호, 유지태, 김경익, 박희순, 윤제문, 최덕문, 강혜정
– 제작 : 한국, 2005
– 장르 : 미스터리, 스릴러
첫 장편 영화를 찍은 임필성 감독의 무리한 연출이 파국을 불러 일으킨 영화가 아닌가 싶다. 감독에 대해 자세히 아는 바는 없지만 극장용 장편은 처음으로 연출을 한 이 영화에서 극 중 탐험대장 최도형처럼 무리한 연출 욕구를 달성시키기 위해 몸부림을 치지 않았나하는 생각마저 하게 했다.
또한 치밀한 인간관계의 사슬로 진행되어야 할 스릴러 영화가 오직 최도형 한 인간에 국한되어 스토리가 진행된다는 것이 전체 출연자 7명 중 송강호를 제외한 다른 인물들의 존재감을 의심케 하였다.
6명의 대원과 본부 캠프의 통신요원 한명으로 진행되는 영화에서 인물들간의 은원관계나 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않기에 사람이 죽어나가도 인물들간의 긴장감을 느끼게 할 수 없었고 그나마 최도형이라는 인물의 상태를 묘사하는 것에도 미약하였기에 왜 저렇게 오버를 하는가하는 의아함마저 느끼게 하였다.
고문중에 가장 지독한 것인 하얀방에 감금하고 잠을 못재우게 하는 것이 있다고 한다. 사람이 미치게 되는 것이라고. 해가 지지 않는 남극을 탐험하는 대원들에게 이러한 현상이 있다고 한다면 왜 유독 최도형이란 인물에만 집착하는 지도 그 타당한 설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알 포인트”와 “데쓰워치”와 같이 특정 고립되고 폐쇄된 공간에서 미지의 존재나 힘에 의해 사람들이 죽어가는 스릴러를 그려내고자 하였다. 그리고 인물들간의 관계는 “이벤트 호라이즌”의 인물들처럼 서서히 미쳐가는 과정을 그려내고자 하였다.
하지만 한 인물에 집중되는 스토리 구조와 단순 관찰자 역활을 벗어나지 못하는 캐릭터를 연기한 “유지태”가 연기한 민재라는 캐릭터의 정체성 모호, 주변 조연들의 개성을 느낄 수 없는 미약한 존재감은 관객의 감정이입을 불러일으킬 수 없게 하였다.
“이벤트 호라이즌”에서 샘 닐의 미쳐가는 과정을 보는 것과 “알 포인트”에서 조연들의 맛깔스런 연기와 개성으로 인해 존재감을 스스로 드려낸 것에 비교할 때 모자람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오로지 송강호만을 위한 영화가 아닌가하는 생각마저 들게 하였다.
나에게 그나마 영화에 관심을 불러 일으킨 것은 탐험대장과 부대장의 역할에서 조직의 보스와 중간 관리자의 역할을 얼핏보게 하였다는 것이다. 성공을 위해 부하들의 의견을 묵살하면서까지 자신의 뜻을 관철하려는 보스와 조직의 위해 실무적이고 세부적인 이유를 근거로 반대하는 중간 관리자의 모습으로 최근의 내 회사 생활을 연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헤게모니 갈등은 공감있게 그려내기는 했지만 인물들의 각 개성과 심리묘사는 약하지 않았나 싶다.
결국 여름이 시작되는 이 시점에서 더위를 잊기 위해 하얀 설원을 2시간동안 눈으로 즐길 수는 있지만 너무 하얀 것만 눈에 보이다 보니 하얀방에 갇힌 죄수처럼 머리 속도 하얗게 만드는 안좋은 느낌 또한 가지게 하는 영화였다. 영화의 스릴러적인 재미와 드라마적 재미를 느낄 수 없는 하얀 영화를 보게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