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대 초반 PC시장의 태동기에 그 중심에 우뚝 선 게임이 있었으니 그 이름도 유명한 “DOOM”이었다. 플로프 디스크 2장에 담겨져 있던 이 게임은 당시 PC를 구입하고 사운드카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나한테 결국은 구입하게 만든 게임이기도 하면서 2004년에는 뛰어난 풀3D 액션게임으로 재제작되어 “DOOM 3”가 나와 또다시 게이머들을 열광시키기도 한 명작게임이었다.
1994년 당시 영화사로 제작판권이 넘어가 영화로 제작되기를 간절히 기다리게 만들었지만 나올 생각을 안하던 것이 올해 초 제작발표가 공개되어 기대를 가지게 하였다. 즉, 이 영화는 게임의 팬들로 기본적인 흥행이 보장된 영화라고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인기있던 게임을 기반으로 만들어지다보니 게임과 비교를 할 수 밖에 없는 데 영화는 게임의 기본 설정을 이용하였지만 게임의 내용과는 차이가 있다. 특수부대가 팀으로 이루어진 여러명이라는 것에서 한명씩 죽어나간다는 설정은 마치 “레지던트 이블”이나 “에일리언”식의 스토리 구조를 따라간다는 것을 짐작하게 해서 게임과 같은 주인공 단독의 화끈한 액션을 기대했던 것에 실망을 하게 해주었다.
가장 실망스러운 것은 좀비영화를 보는 듯한 괴물의 표현력은 게임에서 나타난 외계 몬스터라는 이미지와는 다른 낮은 퀄리티의 분장과 특수효과였다. CG기술력이 높아진 만큼 게임에서 보여주었던 것보다 훨씬 사실적이고 실감나는 몬스터를 기대한 것에 찬물을 끼얹었졌다. 또한 게임의 몬스터에 대한 정체를 이해하지 못했는 지 유전자변형과 전염이라는 소재를 사용한 것은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영화 제작자가 바이오 하자드와 혼동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이야기의 전개구조에서도 초반부의 상황 설명을 지나면서 긴장감을 높여야 하는 부분에서 지루하게 진행되는 부분에서는 짜증마저 유발시켰다. 게임에서 보여주었던 갑작스럽 몬스터의 등장으로 깜짝 놀라게 하여 다음에는 무엇이 나올까하는 긴장감을 주는 것과는 달리 깜짝 놀라는 이벤트가 없이 괴물의 정체를 추적하는 지루한 스릴러적 긴장감만 주었다.
영화에서 그나마 게임을 생각나게 하는 것은 게임속의 무기가 등장하는 것과 게임을 하는 듯한 1인칭 시점의 카메라뷰가 영화에 사용되었다는 정도가 있을 수 있다. 게임에서도 강한 무기로 등장한 BFG를 멋있게 재현시킨 것은 볼만한 장면이었고 게임을 할 때 느꼈던 1인칭 시점의 카메라뷰는 실제 내가 마우스를 움직여 게임을 즐기는 듯한 기분을 나게 해주는 장면이었다.
주연배우인 “칼 어번”과 “더 락”이 게임의 팬이라고 해서 영화에 참여하게 되었다고 하는 데 입에 발린 말같고 전혀 자신들의 캐릭터를 살리지 못했다. 특히 더 락은 기대를 져버리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또한 감독의 역량에도 한계를 보이지 않았나 싶다. “로미오 머스트 다이”, “Cradle 2 The Grave”와 같은 이연걸의 액션영화를 감독했던 사람인데 SF영화에는 적합하지 못했는 지 CG의 적극적인 사용보다는 특수분장에 치중했고 SF적인 미래 무기를 사용한 전투보다는 격투기 영화에 미련을 버리지 못해 영화를 격투 액션으로 종결 지으려고 했다.
전체적으로 게임의 인기를 등에 업고 단기 흥행에만 기대를 한 작품으로 보이는 데 7000만불을 투자해 제작한 이 영화는 결국 2주동안 순위에 들고 3주만에 순위에서 벗어나는 졸작으로 관객들에게 외면을 받고 있다. “얼론 인 더 다크” 개봉 이후 또다시 명작 게임을 망친 대형 블럭버스터가 나온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