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일요일 아침에 SBS에서 하던 “좋은 친구들”이라는 코메디 프로가 있었다. 그때 가장 어색한 개그를 했던 출연자를 뽑으라면 “장진”을 뽑지 않았나 싶다. 다양한 재능을 가진 그는 한 때 방송에서 개그맨들과 같이 개그도 했었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은 코메디가 주류이다. 하지만 방송에서 어색했던 개그처럼 전형적인 짜집기 개그가 아닌 그만의 유머를 담는 코메디였다. “간첩 리철진”, “킬러들의 수다”, “아는 여자”와 같은 그의 작품은 배우가 스스로 웃게 만드는 연출이 아닌 상황이 웃음을 만들게 하는 짜임새있는 연출의 코메디를 만들었다.
그리고 관객에게 깜짝놀라게 하는 반전을 보여주기 보다는 다음 이야기를 예상할 수 있는 반발짝 범위내에서 이야기를 진행하여 관객들과 보조를 맞추 듯 재미를 조금씩 조금씩 주는 법을 아는 감독이었다. 그러한 그의 연출이 이번 영화에서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하나의 죽음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벌여지는 사건을 TV생중계라는 소재로 도입하는 매스미디어의 상업적 현상에 대한 비판을 놀라운 방식으로 꼬집는 그 연출 방식은 잔인한 킬러들이 TV앞에서 아나운서한테 반해 수다를 떨던 그 발상을 뛰어넘는 재미를 주었다. 또한 마치 연극무대에서 연기하는 배우들의 모습을 보는 듯한 느낌은 장진 감독이 그의 무대에 대한 열정을 영화로 옮겨온 듯 싶었다.
“혈의 누”에서 이미 자신의 코메디 이미지를 벗어낸 차승원은 또다시 자신의 존재성을 보여주었다. 혈의 누에서의 연기가 자신의 한계가 아니라는 듯이 그리고 패션모델 출신이라는 것이 그동안 거북했었는 지 의도적으로 스타일리쉬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던 그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검사 최연기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럼으로써 영화를 오히려 범인 신하균과의 대결보다는 그의 독무대처럼 느껴질 정도로 이끌어갔다.
신하균은 비록 그 존재감이 이전 영화에 비해 줄어들기는 했지만 항상 사람 좋은 인상의 청년에서 “내가 무섭지 않으세요?”라며 의미심장하게 물어보는 시니컬하고 반항적인 미스테리 인물을 연기하였다.
영화속에서는 심각한 대화가 오가지만 관객은 웃어버리는 장진식 영화는 계속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