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본 “극한추리 콜로세움”의 떨떠름한 맛이 채 가시기 전에 다시 그와 같은 맛을 보게 한 영화이다. 아니 오히려 그것보다 더한 영화이다. 극한추리의 경우에는 그래도 범인이 누구인지 추리하는 재미라도 있었지만 이 영화에서는 오직 누가 마지막까지 살아남을까만 방관하는 것 뿐이었다.
첫 도입부는 극한추리처럼 전혀 어떠한 연관성도 없는 인물들을 납치하는 과정을 빠른 스피드로 보여주면서 관심을 이끄는 데는 성공했으나 이 후의 반응에서 지극히 위험하고 혼란된 상황임에도 그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들뜬 감정 표현과 지극히 피해망상적인 인종 차별 언행등은 극단추리보다도 못하고 “큐브”의 인물들의 묘사에는 더욱 미치지 못하였기에 따분해 보일 정도였다.
큐브나 “쏘우”처럼 납치된 사람들이 서로 인과관계가 있는 구조도 아니었기에 이들간의 갈등은 단지 초기의 이성적인 상태에서 생존과 상금에 대한 욕구로 전이되면서 살인의 행위가 표출되는 인간 본능에 대한 적대 갈등 구조로 이야기를 이끌어 갔다.
더욱이 인물의 표현에 많은 시간을 들여서 정작 이야기의 집중도가 떨어졌다. 저 인물은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는지가 영화에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살인이 일어나고 그것을 피하며 결국은 누가 살아남아 이 영화의 엔딩을 이끌어갈 것인지를 관객이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어야 하는 데 그렇지 못했다. 결국 영화를 산만하고 지루하게 만들었다.
폐쇄된 공간에 갇힌 인간들이 서로 미쳐가는 과정을 그리는 것이 목적이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제대로 살려나 있지 않았다. 사람을 납치해서 감금시키고 그것을 지켜보는 소재로 성공한 영화가 위에 있지만 같은 소재라도 위에 언급된 영화들은 그래도 재미를 주었지만 이 영화는 오히려 영화를 보는 사람의 재미를 감금시켜 버린 영화가 아닐까 싶다.
PS : 스피드의 데니스 호퍼는 악인으로써 멋있는 연기를 보여주었다. 헌데 이제는 그 힘이 없는 지 왜 이런 영화에서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