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 2040년 가까운 미래의 영국을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는 세계 3차대전을 겪은 후 영국의 사회가 전체주의 국가로 변한 시대를 그려내고 있다.
국가에서 금지된 서적, 음악, 종교, 언론의 통제, 조작된 뉴스, 통금, 반체제 인사 납치 등 영화에 나타나는 전체주의 사회의 통제력은 미래의 사회를 그려낸 것이 아니었다. 불과 20여년도 안되는 과거의 우리도 그랬다. 통금은 1982년까지 있었으며 내가 고등학교때까지만 해도 길거리에서 사회를 비판하던 청년이 사복 입은 경찰에 의해 끌려가기도 한 세상이 바로 한국이었다. 대통령의 머리형태와 비슷하다고 해서 방송출연 금지도 있던 시대가 바로 얼마전이었다.
영화에서는 과거의 영국 모습을 밝은 색채로 나타내었다면 우리는 과거가 어두운 색채였다. 그러한 시대를 짦게나마 거쳐온 나이기에 이 영화의 시대모습이 미래로 보이질 않았다. 그리고 한국의 반쪽은 아직도 그런 세상에 살고 있다.
그러했던 우리가 한 통치자의 예기치 않는 죽음으로 인해 전체주의 모습에서 빨리 벗어난 것을 보면 영화 속의 테러를 통한 의장은 살인은 어느 정도 테러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해 주는 듯 싶다.
하지만 영화 속의 사회는 현실과는 동떨어지게 너무 경직되고 전체주의에 굴복하여 패배주의적이며 타성에 젖은 사회로 그려내었다. 진실을 믿는 사람이 V 혼자인 듯한 사회가 과연 현실감이 있을 지는 멀지 않은 과거 한국의 데모와 투쟁의 현대사를 봐도 공감이 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이러한 만화적이고 비현실적인, 오히려 히틀러와 무솔리니 시대의 전체주의적 사회를 보인 미래 SF영화는 차라리 알약의 의해 인간성의 제어하는 “이퀼리브리엄(Equilibrium)”의 미래사회가 더 실감있고 이 영화의 각본을 제작한 워쇼스키의 “매트릭스”가 더 이해하기 쉬운 설정이었다.
영화는 또한 다양한 아이콘들을 늘여놓았는 데 전체주의 권력자의 모습을 히틀러나 후세인을 연상시키는 외모로 보이게 것과 나치를 연상시키는 레드 크로스 심볼을 통해 전체주의 사회의 모습을 연상케 하였고, 코란을 통해 이슬람의 배격으로 기독교 이외의 종교에 대한 탄압을 연상케 하였다. 또한 워쇼스키 본인의 이야기인 듯한 동성애는 영화의 중요한 부분으로 인식될 만큼 비중있게 다루었고, 진실을 왜곡하는 미디어는 풍자적으로 다루었다.
그런데 이러한 모습들은 사실 우리가 간과하면서 살고 있을 뿐이지 현재의 모습의 일면들일 뿐이다. 그래서일까, 아니 짦은 내 생을 통해서도 영화 속의 모습을 미래의 모습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현재의 모습으로 인식될 뿐이었다.
그러면서 워쇼스키는 도대체 뭘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일까?를 반문하게 되었다. 모순으로 가득찬 사회에 대한 테러, 그 테러에 대한 정당성 부여, 이런 것이었을까? 영화를 보고나서 복잡해지기만 하였다. 차라리 매트릭스 처럼 액션이라도 화려하면 그것으로 만족하고 즐거웠을 텐데. 영화에서 현실을 느끼면 즐겁지가 못하다.
PS : 영화에 나오는 가이 포크스에 대해 알아보았더니 이 인물이 영화에서는 비운의 영웅처럼 그려졌는 데 백과사전에는 놀림의 대상으로 표현되어 있다. 진정한 그의 평가와 영국인들이 그를 생각하는 것이 영웅인지, 아니면 영국 국교를 배신한 카톨릭신자인 역도인지 혼동스러웠다. 가이 포크스데이가 의사당 폭파에서 무사히 넘어가게 된 날을 기념하는 것이라는 의미에서는 가이 포크스는 단지 역도의 의미일 뿐인데 영화에서는 영웅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