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추억에 남겨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을 알게 된 것은 친척 형으로 부터이다. 친척형은 당시 한 만화가의 문하생으로 일을 하고 있었는 데, 어느 날 일본에서 제작한 대작 애니메이션이라며 불법 VHS 테이프를 가져와 같이 보자고 하였다. 당시에는 일본 문화 개방 이전이라 정식 더빙되지 않은 자료를 구하기 힘든 시기였는 데, 만화계에서는 이 작품을 안보면 안될 귀한 자료였다고 하였다.
자막을 제작해 주는 사람들도 없던 시기였던 터라 알아 듣지 못하는 일본어를 들으면서 봤는 데, 확실히 화면의 연출만으로도 2시간의 내용을 다 보았다. 물론 친척형이 옆에서 기술적인 뛰어남에 대해 설명해 주는 것이 재미있어서 끝까지 볼 수 있었다.
그러면서 실제로 이 작품이 국내 만화계에도 영향을 받아서 이현세, 허영만 작가들의 만화책에서 비슷한 연출을 보여짐으로써 대단한 작품을 남보다 먼저 봤다는 것에 으쓱함을 가지게 되었다.
대학시절에는 오타쿠 친구로 인해 일본에서 직수한 양장본 원본을 보았기도 했다. 이 후 정식 수입된 번역된 원작을 보기도 했다.
이 애니메이션은 원작가가 애니메이션 감독까지 맡아서 제작한 것으로 원작의 내용을 감독 자체적으로 각색해서 2시간 분량으로 축약하면서 원작과 다른 부분이 있으나 원작가의 의도가 훼손되지는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원작은 올림픽 구장의 사태 이 후 내용이 추가로 있다.
일본에서 뿐만 아니라 한국을 비롯하여 세계적으로 영향을 끼친 전설적인 대작이라서 돈을 많이 번 줄 알았는 데, 얼마전 관련 기사에서 2005년이 되어서야 외국에서 벌어들여 제작비를 건졌다고 하는 것을 보니, 정말 제작비를 많이 들였나보다. 어찌보면 이러한 제작 시도로 일본 애니메이션의 기술 발전을 이룰 수 있었던 토대가 되지 않았나 싶다.
오늘 보면서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감상이 생겼다. 참으로 이 영화가 많은 부분에서 영향을 주었구나하는…
저 장면은 어떠한 영화와 비슷하고, 저 장면은 어떠한 영화에서 오마주를 한 듯 싶고 하는 장면들과 관련된 영화들이 떠올랐다. 특히 크로니클은 아예 오마주를 한 영화였다. 그리고 바이크의 조명 장면은 아직도 인상적이었다.
또한 예전에는 스쳐 지나가듯 봤지만 2020년 도쿄올림픽이 열린다는 실제 상황에서 애니메이션 속의 상황인 올림픽 준비 상황이 예언인가, 아니면 이 애니를 위해 일본 정부가 실제로 올림픽을 개최하기 위해 노력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편의 작품이 이 후 많은 작품에 영향을 주었고, 변화를 주었다는 것에서 이 작품을 전설이라 부를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