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배에서 겪는 새벽의 온기는 한여름이라고 하더라도, 선내 에어콘이 고장나서 힘이 없다고 해도 쌀쌀함은 변함이 없었다. 쌀쌀한 온기와 핸드폰의 모닝콜 벨소리로 자리에서 일어난 시간은 한국 시각으로 6시 30분이었다. 굳이 중국시간으로 따지면 5시 30분이라고 할까.
이른 시각이었지만 갑판으로 올라가보니 해는 이미 수평선 위를 떠오른 상태였다. 선상에서의 일출을 보고 싶었는 데 이번에도 결국 못보았다. 갑판에는 전날의 2차 선상 세미나의 흔적과 야생화님이 비치 의자에서 주무시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객실에서 잠을 안자고 휴게실 등에서 잠을 잔듯한, 왠지 물건을 지키려고 밤을 세운 듯한 따이들의 모습은 힘든 그들의 삶을 피곤해 보이는 얼굴로 말해주는 듯 싶었다.
향설란의 선상 조식은 전날 석식과 비교할 때 실망스러운 식단이었다. 그나마 된장국의 시원함이 전날의 적당한(?) 음주로 피곤해진 위를 달래주었다.
아침을 먹고 중국 땅이 보이기 시작한 것은 오전 9시 무렵(중국시각으로)부터였다. 타잔보이님과 타라님하고 이야기를 하는 동안 수평선 넘어 섬들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얼마 되지 않아 육지가 보이기 시작하였다. 드디어 중국 산동성의 연태가 눈에 보이기 시작하였다.
하선할 때에도 승선때와 마찬가지로 “레조트실”에서 일차로 모였다. 선내 안내방송에서 단체 일행들의 하선 통보에 따라 하선을 하였는 데 이전에 경험했던 것보다 한결 빠른 하선시간이 걸렸다. 무엇보다 길게 줄서서 하선을 기다리지 않아도 되었다는 것이 편했다.
배에서 내릴 때 저번 여행때는 못봤던 “더듬이 버스”를 볼 수 있었다. 친구 블로그에서 중국의 고급형 버스로 사진으로만 봤던 더듬이 버스였다. 실내에 에어콘까지 설치되어 있는 “고급형”버스였다. 이 버스는 입국수속을 하기 위한 국제여객터미널까지 이동시켜주는 버스였다.
흔히 말하는 배에서 걸어서 1분이면 가는 거리를 이동시켜 주는 버스인데 왠걸… 버스가 한참을 이동하더니 급기야 시내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입국 수속도 하지 않았는 데 중국 시내를 구경하게 된 것이었다. 향설란이 정박한 접안항구의 위치로 인해 국제여객터미널이 있는 항구와 거리가 상당히 멀었던 때문이었다.
입국과정에서 일행들이 어수선했던 것은 단체비자로 신청한 여행이었기에 입국 심사에서 순서대로 줄을 서서 심사를 받아야 하는 것 때문에 발생했다. 지난 밤 선상세미나에서 알려준 자신의 순번과 번호 스티커와는 다르게 순번이 2번씩 앞당겨졌기에 순서를 혼동하여 자신의 순번찾기로 조금 어수선하였다.
그래도 일행들 전원이 단체비자로 신청하였기에 선상비자로 입국심사를 받는 일행이 없었기에 빠르게 입국심사대를 나올 수 있었다. 선상비자로 인해 한 시간 이상 걸렸던 지난 여행에 비하면 펀하게 나온 것이었다.
터미널을 나와 일행들을 태우고 본격적인 중국 여행을 떠날 버스로 향하였다. 이 과정에서 오전임에도 후끈한 열기의 더운 날씨라 웃통을 벗고 쫓아오는 중국 거지들의 시달림을 받기도 하였다.
일행들이 모두 버스에 승차하고 난 후 본격적인 중국 일정에 대한 간단한 인사말과 야생화님의 농수산물 이야기가 잠시 있었다. 차가버섯과 상황버섯, 장뇌삼에 관한 것으로 그들의 효능에 대해 설명하시고는 대략적인 가격을 알려주었다.
차가버섯과 상황버섯은 1Kg씩 구입해서 가져갈 수 있고 대략 백원정도, 장뇌삼은 10 ~ 15년산으로 1뿌리에 대략 60원정도 한다고 하였다. 하지만 장뇌삼은 국내 반입 금지 품목이니 바로 가지고 들어갈 수 없으니 먹고 들어가거나 꿀에 재워서 가지고 들어가는 방법을 버스 이동시에 알려주었다.(가공하지 않은 장뇌삼은 반입 금지)
이제 버스는 연태 시내를 접어들게 되었고 비로서 3일동안 일행들을 안내해줄 박동화 가이드와 초보 가이드 이홍매의 소개가 있었다. 이홍매 가이드가 연태를 소개할 때 많은 발전을 이루었다는 표현으로 “도로에 차량이 북적거린다” 말이 웃음을 자아내게 하였다.
터미널을 떠나 10여분의 이동시간 후에 도착한 곳은 중국 시장 조사의 첫 장소인 “대묘문화시장”이었다. 견학시간은 30분정도였다. 이 시장은 화초, 화분, 애완동물, 잡화등을 판매하는 작은 시장이었다. 지난 청도여행의 “이촌시장”과 같은 대규모의 야시장같은 곳이 아니라 골목과 광장을 두고 작은 매장들과 가판대로 판매를 하는 내가 살고 있는 서울 방학동의 도깨비 시장같은 작은 시장이었다.
베르테르님이 중국 대추의 맛이 궁금했는 지 40개를 사서 나눠 주기도 했다.(별로 맛은 없는…) 과일중에 표주박과 비슷하게 생긴 것이 있길레 미리 공부해둔 “저쓰 썸머?”로 물어봤는 데 처음에는 의사소통이 되지 않았다. 4번에 걸쳐 다시 물어보니 “썸머?” 하면서 “리-“라고 알려주었다. 일단 그 과일의 명칭은 알아내었다. 그래서 “쩌거 뚜어샤오치엔”으로 가격을 물어봤다. 대략적인 의미로 “10개에 3원”이라는 것 같았다. 그래서 5원을 꺼내고는 10개 달라고 했다.
그러나 이 상인이 10개에 1개 더 챙기면서 내가 꺼낸 5원을 보더니 돈을 더 달라고 했다. 내가 잘못 이해했던건가? 결국 5원어치만 구입했다. 6개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중국에서 과일값이 그렇게 비싸지 않는 데 이해되지 않는 가격이었다. 맛은 푸석한 사과맛이었다. 그래서 “리-“가 사과인 줄 알게 되었다.(나중에 한자로 적혀있는 과일명을 보고는 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표주박 모양의 배라니…)
후문님의 참외 구입하는 방법은 예술이었다. 같은 상인한테서 샀는 데 일단 3개 정도 맛보고는 가격 흥정. (예술…) 이곳에서 물어본 애완동물 판매가격 중에 달마시안 강아지가 있었는 데 500원이었다.
대묘문화시장에서 15분정도 이동해서 다음으로 방문한 시장은 “싼잔”시장이었다. 11시 15분 쯤 도착하여 40여분 정도 답사한 이곳은 아쉬운 느낌이 많은 곳이었다. 일단 청도 여행에서 가본 적이 있는 “찌모루”시장과 같은 도매시장이었고 짝퉁보다는 생활용품 위주의 도매시장이었는 데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다.
이유는 소매치기 때문이었다. 버스에서 내릴 때 지갑이 들어있는 사진가방을 두고 내렸는 데 시장안에서 2번에 걸친 소매치기들의 소행이라고 생각되는 행위 때문에 지갑을 털렸나하는 걱정때문에 답사를 편하게 하질 못했다.
그들은 내 왼발을 의도적으로 밟고는 부비적거렸다. 오른쪽에 일행들이 없었다면 호주머니의 사진기나 핸드폰등이 털렸을 지도 모르겠다. 내가 만만해 보이나보다. 예전 청도 태동로에서는 가방을 노리고 쫓아오는 인간들이 있지를 않나…
야생화님이 싼잔 시장에서 판매하는 명품짝퉁 시계는 찌모루보다 좋다는 말도 있어서 시계판매점들을 둘러보러 가는 데 이미 그곳에 야생화님이 벌써 밑밥을 뿌려 두고 있었다. 베르테르님이 이곳에서 그 한국 입국때까지의 “명품”시계를 140원 구입하였다.(지금까지 작동은 되고 있으려나…)
일행들이 답사를 마치고 버스가 대기중인 정류소로 갔을 때 버스는 자리에 없었다. 주차비를 아끼기 위함인 지 주변을 돌다 오는 것으로 보였다. 버스를 기다리면서 박동화 가이드와 이야기를 하는 데 마침 나도 내가 지갑을 가지고 갔는 지 의문스러워 소매치기에 대한 걱정을 하고 있는 데 자신이 새로 산 핸드폰을 소매치기 당했다고 말해주었다. 그것도 내가 경험한 왼발 밟기 수법으로. (이런… 버스에 승차해서 제일 먼저 확인한 것이 카메라 가방의 지갑여부였다. 있었다.)
싼잔시장을 답사하면서 깜짝 놀랐던 사실이 있었는 데 생수가 2원이었다는 것이다. 청도에서는 5원에 사서 마셨는 데 2원이라니. 바가지 당했다는 사실에 분노가 치밀어 올라왔다.(웃찻사 행님아의 김신영 버전), 더욱이 찬 녹차 생수는 3원밖에 안했다. 돼지바와 비슷한 하드값이 2원정도였다.(그 느끼한 단맛과 빠르게 녹는 하드는 두번 다시 사먹지 않았다)
이곳에서 일행들은 10여분의 이동 후에 드디어 점심을 먹기 위해 예약된 “태평양호텔”로 이동하였다. 대략 12시경에 도착하였다. 버스의 맨 뒷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내리는 것도 늦게 내렸음에도 사진을 찍으려고 호텔앞에서 돌아다니다 일행을 잃어버리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앨리스만 빼고. 결국 앨리스와 둘이서 호텔에 들어가 1층을 뒤지다 2층에서 일행들이 있는 식당을 찾았다. 이곳에서 이유는 모르겠으나 야생화님이 자신의 공약(?)대로 맥주를 쏘셨다. 한병에 3원(한국돈 390원)이니 부담없다고. 연태맥주로 청도맥주에 비해 가벼운 씁쓸한 맛이 느껴지는 맥주였다.
오늘은 여기까지.
[이 게시물은 라이노님에 의해 2008-04-15 19:00:07 여행후기에서 이동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