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기 5탄 – 찌모루에서 문제의 한식당까지

감상기 5탄 – 찌모루에서 문제의 한식당까지

해변에서 다양한 단체 사진을 찍고 일행들은 다시 버스를 타러 갔다. 화창한 날이 아니었던 것이 아쉬운 해변이었지만 중국 여행의 목적인 찌모루시장을 간다는 기대감이 들뜨게 하였다.

이 때 김남근 사장님하고 같이 앉아서 가게 되었는 데 청도에서 유명한 도교 관광지인 노산과 태청궁과 상청궁의 정보를 묻기도 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비로서 명함을 받지 않았다는 것을 기억해내서 명함도 받았다. 나중에 다시 올 때를 기약하기 위해서였다.

찌모루에 도착하여 정류장에 버스를 정차한 후 처음 맡은 냄새는 어제 질리게 맛 본 양고기꼬치구이였다. 이 거리에서 상당히 많은 양고기꼬치 구이 가판대를 보게 되었는 데 서민들에게 인기가 있는 음식인 모양이다. 가격은 1원이다. 빨간 가루와 갈색 가루를 버무려 요리를 하는 데 하나는 분명 매운 맛을 내는 것이고 하나는 분명 느끼한 향료일 것이라 생각했다.(손님이 원하는 데로 발라주는 모양이다)


찌모루는 중산로 위쪽에 자리한 한국의 남대문상가와 같은 집합상가로 한국의 풍경과 많이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제 일행들은 어제의 경험에서 자신감을 얻었는 지 무리를 지어서 돌아다니지 않고 혼자서, 혹은 두 세명이 흩어져 돌아다녔다.

원래의 일정은 찌모루가 중국 여행 첫째날 방문하는 코스였는 데 이렇게 자신감을 가지고 돌아다니는 일행들을 보니까 의도적이었는 지는 모르겠지만 (^_^) 일정을 바꾼 운영진에게 좋은 판단이었다고 칭찬을 이 자리를 빌어 말하고 싶다.

1층은 시계와 악세사리류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2층은 가방과 신발류를 판매하고 있었다. 흔히 말하는 짝퉁시장이라는 것으로 시계 상점의 경우 가판대에 진열되어 있는 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정작 중요한 로렉스니 오메가니 하는 명품짝퉁은 카메라 공구 가방과 같은 곳에 담겨져서 보여주곤 했다.

이상한 엘리스님이 손지갑을 가지고 점원과 흥정하던 모습과 권희정 형님이 따이공용 가방을 30원에 싸게 구입하던 과정, 아둥님은 물건값 물어보고 흥정만 하면서 돌아다니던 모습, 스마일님이 탁구님의 도움으로 시계를 싸게 사던 모습 등 이제는 중국인들을 상대로 말이 안통해도 흥정을 하던 많은 모습들이 재미를 느끼게 했다.


또한 찌모루 시장에 한국인 손님들이 많은 모양인 지 간단한 한국말을 할 줄 아는 점원이 있는 매장이 있는 가 하면 한국말은 못해도 계산기를 건내주면서 “찌거찌거”하면서 흥정을 하려는 상인들이 많았다. 이러한 모습은 10여년 전만해도 남대문 시장에서 일본인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던 우리네 상인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당시 아르바이트를 그 근처에서 하는 관계로 자주 봄)

사진에서 보이는 재미난 점은 찌모루시장이라고 하는 곳의 한자로 된 정식 명칭은 即墨路이다. 곧 즉, 먹 묵, 길 로, 이런 뜻을 가진 한자의 훈을 그대로 사용해서 한글로 적은 것은 곧먹길 이다. 생각해보니 무심코 지나다녀서 그렇지 몇몇 간판에서 이런 한글식 훈을 여러번 본 듯 싶었다. (과연 제대로 이해할 한국인이 얼마나 될 지…)

찌모루에서 느낀 것은 가격은 천차만별로 정말 물건값 깍기의 고수가 아니라면 섣불리 덤벼들어서는 안되는 시장이었다. 더욱이 짝퉁이라는 시장, 아니 물건을 제대로 볼 줄 아는 눈이 없다면 섣불리 흥정을 해서는 안되는 시장이었다.

물건을 흥정하다보면 중국의 물가와 한국의 물가의 차이로 인해 선뜻 싸다고 느끼게 되어 충동구매욕을 가지게 되나 역으로 중국 물가와 비교를 해보면 말이 안되는 가격임을 생각나게 해주어 구입의사가 떨어지게 되었다.

그것을 나한테 크게 느끼게 한 것은 내가 취급하고 있는 제품을 판매하는 매장에서 가격을 물어보고 나서였다. 미니 선풍기 가격을 묻자 대뜸 70원을 부르고는 흥정을 하지 않는 모습에서 한국돈 9,100원의 가격에 그것을 산다는 것은 내가 수입해오는 것이 10원이 채 안되는 데 이런 터무니없는 가격을 부르다니 놀랄 수 밖에 없었다. (한국에서 그 제품 5,000원이면 건전지 포함해서 파는 것으로 안다)

시장 내부는 좁고 사람들이 많아서 약간 더운 편이었다. 그러다 구멍가게 같은 판매점을 보고는 중국의 빙과류 맛을 느끼고 싶어서 하드를 사먹었다. 아둥님꺼하고 2개를 샀는 데 3원이었다. 맛은 괜찮았다. 한국의 얼음빙과와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

찌모루 시장은 지하에도 있다고 해서 김남근 사장님에게 물어서 건물 외부로 나가서 돌아다녔는 데 무슨 스티커 사진 자판기 비슷한 것들이 있는 매장들을 보고는 못찾고 다시 돌아왔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곳에서 조금 더 들어가면 찌모루 지하매장하고 연결되어 있다고 했다.(아쉬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는 내가 산 물건은 바로 칼이었다. 가격의 불신과 제품의 안목이 모자라 딱히 살만한 물건을 찾지 못했던 내가 그나마 눈에 들어왔던 것은 한국내에서 조금씩 확산되고 있는 밀리터리 매니아들이 수집하고 있는 군용 칼이었다.

한국내에서 판매하고 있는 것은 도검소지자에게 판매하는 것 외에는 장식용이라 하여 날이 무딘 것들인 데 이곳에 전시된 제품들은 새하얐게 날이 서 있었다. 상당히 위험한 물건이었다.

그래서 점원에게 나는 한국사람이다. 이것을 가지고 한국으로 가지고 갈 수 있느냐 물었다. 점원은 된다고 했다. 반신반의했지만 일단 이러한 칼을 좋아하는 매니아가 주변에 있어서 선물할 겸 구입을 했다. (이후 어떻게 검색대를 통과하나 고민하게 만드는 애물단지가 되었지만…)


일행들과 별개로 혼자 돌아다니기를 좋아하다보니 찌모루 시장 밖을 나와 한바퀴 돌아다녔다. 그러다 마침 중국 초등학교를 보게 되었는 데 체육시간이거나 쉬는 시간인 모양이었다. 많은 아이들이 운동장이라고 생각하기 힘든 공간에 나와서 노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철문으로 굳게 닫힌 창살 사이로 카메라를 들이밀어 넣고는 사진을 찍으려고 하는 데 선생인지 관리인인지 알 수 없지만 한 청년이 손사래를 치면서 다가오길레 결국 한장밖에 찍지를 못했다. 땅이 넒은 중국의 초등학교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좁은 공간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찌모루시장에서 느낀 잡다한 것으로는 게임보이 어드밴스 짝퉁이 과연 있었다는 것과 그 가격이 깍은 것이 350원이었다. 정품 게임보이 어드밴스와는 호환이 안될 것 같은 기종이었다. 그리고 조선족 아줌마가 판매하는 김치와 밑반찬 상점이 입구 옆에 있었는 데 김치 가격이 500g에 3원이라고 했다. 종가집 김치에 대해 잘 알고 계시는 김정환님이 옆에 있었다면 한국은 얼마하는 지 물어봤을 텐데…(버스에서 만나면 물어볼려고 했는 데 잊어먹었다. 이 글을 쓸 때까지)

모이기로 약속한 시간이 되어서 모두들 정차되어 있는 정류장으로 모였다. 이 때 가이드하신 분이 양꼬치구이 한무더기를 주시면서 나눠 먹으라고 하기에 어제 저녁에 먹은 걸로도 충분한 내 위장이 부담스럽게 2개를 더 먹게 되었다. 나눠 줄려고 해도 다들 내 마음과 같았는 지 그다지 반가워하지 않아서 나눠주고 남은 걸 버리기 아까워 내 위장에다 처분했기 때문이었다.(2개를 먹었기에 나중에 한식당에서 배고픔의 간절함을 느끼지 못했다. ^_^)

중국 여행 도중에 버스가 떠나는 것에 가장 큰 어려움은 일행들이 제 때 집합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 중 가장 큰 지각생이 바로 이 때 발생했다. 우리 일행의 어머님이신 조현인님께서 늦으셨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늦은 이유가 정말로 대단하셨다. 길안내까지 해주셨다니…(정말로 대단하신 분입니다.)


이제 오후 일정인 일본계 양판점 “자스코”를 방문하기 전에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출발하였다. 버스안에서 옆에 앉은 탁구님에게 “중식인가요? 한식인가요?”물었더니 한식이라고 하시길레 그럼 점심은 일찍 끝낼 수 있겠네요. 빠뜻한 일정인 자스코는 꼭 가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한식으로 선택한 것이 잘못된 선택이 될 줄이야. 탁구님께서 나중에 말씀하신 한국 식당으로 선택한 이유는 중국에 진출해서 성공한 케이스를 보여주시기 위함이었는 데 정작 그들은 성공을 하고는 이제 배부름에 만족해서인지 친절, 서비스, 신용을 잊고 있었나보다.

기다린 시간은 식탁을 사이에 두고 일행간에 찌모루에서 느낀 경험에 대해 많은 말을 할 수 있는 시간의 여유를 주었지만 한국인의 식당내 식탁 예절인 빠른 식사에는 만족을 주기 힘들었다. 결국 일행의 어머님이 솔선수범(?)하셔서 밥을 나르기까지 하는 행사(?)도 벌여졌다.

이로 인해 “자스코”는 일정에서 빠지게 되었다. 너무도 아쉬웠다. 하지만 비록 초심을 잃은 듯 싶지만 성공했다는 한국 음식점도 보게 된 것과 긴 기다림의 시간동안 지금까지의 중국여행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할 여유를 가졌다는 것에는 불만을 가질 수가 없다.

이제 중국을 떠나기 위한 청도항으로 버스는 향하게 되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생각보다 여정이 길었네요.
[이 게시물은 라이노님에 의해 2008-04-15 18:59:56 여행후기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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