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 쯤.
매캐한 연기와 타는 냄새, 문 밖에서 들리는 어수선한 소리에 잠을 깼다. 이른 새벽인데 집 밖에서 사람들이 웅성이는 소리가 왠지 긴장감을 더해주었다.
지난 5월 23일 “401호 남자가 자살한 일”이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이번에도 내가 사는 빌라에 무슨 사고가 생긴 것이다.
연기냄새에 다급한 마음에 옷을 챙겨입고는 빨리 문 밖으로 나갔다. 역시나 계단이 연기로 뒤덮혀 있었다. 심하게 자욱한 정도는 아니지만 타는 냄새와 뿌연 연기가 계단에 흩날리고 있기에 발화지점을 찾아 보았다.
일단 같은 층의 302호는 아니고 4층도 아닌 듯 싶었다. 부리나케 아래층으로 내려가니 102호로 소방수들이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이어 소방차에서 물호스를 빼넣어 뒤따라 들어가는 소방수도 보였다.
일단 빌라 밖으로 몸을 피한 후 같은 빌라 주민과 주변 주민들의 모습을 보고는 사태를 파악했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으나 102호의 아들이 불을 지른 모양이었다.
내려올 때 보니 102호의 아들로 보이는 사람이 술에 취한 것인지 약에 취한 것인지 횡설수설하며 몸을 가누지 못하는 것을 본 기억이 났다. 그 사람이 불을 지른 모양이다. 사건 조사를 위해 소방차에 실려 가는 그 사람 모습을 보니 거의 제정신이 아니었다. 주민들의 말에 의하면 정신이 이상이 있던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주민들도 그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는 말도 하고…
결국 불은 소방수들에 의해 제압이 되었다. 그다지 크게 확산되지 않은 상태였고 소방수들이 빠르게 출동하였기 때문이었다. 다행이었다.
정말 다행인 것은 부모님이 어제 경주로 여행을 가셔서 안계셨다는 것이다. 만일 오늘 이런 일이 벌어진 상황에 부모님마저 계셨다면 정말로 놀라셨을 것이다. 지난 번 402호 사건때도 많이 놀라셨는 데 얼마 지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또 다시 이런 사고까지…
[이 게시물은 라이노님에 의해 2008-04-15 19:07:30 자유게시판에서 이동 됨]